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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난동 현장서 이탈한 여경 “트라우마 생겨 기억나지 않는다”

입력 : 2021-11-21 10:50:44 수정 : 2021-11-22 10: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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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 주장 “여경이 ‘처음 겪는 상황이라 그 장면만 계속 떠오르면서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 장면만 남아서 그 뒤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여경으로부터 현장 대응 관련해 답변을 듣긴 했으나 미흡한 대처로 결국 우리 가족이 다쳤다. 가족은 엉망이 됐고, (40대 여성인) 1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층간소음 갈등으로 아래층 이웃 가족에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연합뉴스

 

인천의 한 빌라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을 이탈했던 여경이 “처음 겪는 상황이라 피해자 구호가 먼저라고 생각했다. 이후 트라우마가 생겨 기억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뉴스1에 따르면 피해 가족은 전날 통화에서 “지구대에서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여자 경찰관을 만났지만 그는 (현장 이탈 이유에 관해)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고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 솔직히 그 뒤 (대응에) 대한 생각이 나질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피해 가족은 여경에게 3층에서 가해 남성에게 가족이 습격당할 당시 현장을 이탈해 곧바로 1층으로 향했던 이유, 1층으로 향한 뒤 남성 경찰관과 곧바로 3층 현장으로 돌아와 가해 남성을 제압하지 않은 이유 등에 관해 질문했다고 한다.

 

여경은 피해자 가족에게 “40대 여성이 (흉기에) 찔리는 것을 본 순간 생명과 직결됐다고 생각했고, 이런 상황에서는 피해자 구호가 먼저라고 학교에서 배워 119구조 요청을 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1층으로 내려갔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가족이 ‘(40대 여성이 다치는 순간) 주거지 안에 20대 여성이 홀로 있어 가해자에 의해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을 수 있을 거란 염려는 없었냐’고 묻자, 여경은 “(다친) 40대 여성에 대한 생각뿐이어서 그런 행동을 했고, 그게 최선의 방법이자 최선의 구호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가족이 ‘1층에 있던 40대 여성의 남편은 딸의 비명을 듣고 3층으로 재빨리 올라갔는데, 왜 1층에 경찰 2명이 머물러 있었냐’고 질문하자, 여경은 “(목에서 나는) 피를 보고 나서 구조 요청해야지 생각은 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일이자 처음 겪는 상황이라 그 장면만 계속 떠오르면서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 장면만 남아서 그 뒤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피해자 가족 측은 “여경으로부터 현장 대응 관련해 답변을 듣긴 했으나 미흡한 대처로 결국 우리 가족이 다쳤다. 가족은 엉망이 됐고, (40대 여성인) 1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흡한 대처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 엄중한 처벌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사건은 지난 15일 오후 4시50분쯤 벌어졌다.

 

가해 남성인 A(48)씨는 당시 인천시 남동구 서창동 한 빌라 3층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B씨와 60대 남성 C씨 부부, 자녀인 20대 여성 D씨 가족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A씨가 휘두른 흉기에 B씨는 목이 찔려 의식을 잃었고, C씨와 D씨 역시 얼굴과 손 등을 다쳤다.

 

A씨는 지난 9월 피해 가족이 거주하는 빌라 4층에 이사온 뒤 아래층에 거주하는 피해 가족과 층간소음 등으로 갈등을 겪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당일인 15일 낮 12시50분쯤에도 피해자 가족 신고로 경찰의 처분을 받았고 몇 시간 후 다시 이들 가족을 찾아가 범행을 했다.

 

그런데 피해 가족의 112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의 부실대응이 더욱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ㄱ경위와 ㄴ순경은 가해자 A씨를 4층 주거지로 분리 조치한 뒤, ㄱ경위는 1층으로 C씨를, 여경인 ㄴ순경은 B씨와 딸 D씨를 주거지에 머물게 한 상태에서 피해 진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가 흉기를 든 채 다시 3층으로 내려와 ㄴ순경이 있는 상태에서 B씨와 D씨 모녀를 급습했고, ㄴ순경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현장을 이탈해 1층으로 내려갔다.

 

인천경찰청은 해당 경찰관들의 미흡 및 소극 대응을 인정하고 18일 사과문을 게재했다. 해당 경찰관들은 대기발령 조치된 상태다.

 

경찰은 공식 사과문에서 “이번 인천논현경찰서의 112신고 사건 처리와 관련,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인천 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에 대한 징계와 처벌을 요구하는 다수의 국민청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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