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기업들 부담 고스란히 떠안아
생산자물가 8.9% ↑… 13년來 최대
우유·치킨·라면 일제히 가격 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현실화

#. 동원F&B는 다음달 1일부터 참치캔 22종 가격을 평균 6.4% 인상한다. 원부자재·물류비 상승 압박을 이기지 못해서다. 최근 카놀라유와 대두유(콩기름)의 국제시세가 전년보다 각각 151%, 147% 올랐다. 캔 원재료인 철광석(64%)과 알루미늄(81%)도 비싸졌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들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대기업은 그나마 제품값에 반영이라도 하지만 중소·영세기업들은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경영난에 몰리고 있다. 오른 원자재 값은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8.9% 올라 13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2개 수출 주력 업종 100개사를 대상으로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올해 원자재 구매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18.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철강(29.8%) 분야 기업의 원자재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석유화학·제품(26.3%), 일반기계·선박(19.5%), 전기·전자(반도체 포함·12.5%), 바이오헬스(11.6%), 자동차·부품(10.5%) 등 순이었다.
원자재값 상승에 포스코는 지난달 1일부터 냉연코일 가격을 톤당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올렸다. 부담은 중소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포스코에서 냉연코일을 들여다 드럼통을 제작해 금호미쓰이화학 등에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은 대기업들이 가격 인상분을 납품가에 제때 반영해 주지 않아 손해를 보며 납품하는 실정이다.
뛰는 원자재 가격에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112.21(2015년 수준 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8.9% 올랐다. 2008년 10월(10.8%) 이후 13년래(156개월) 최대 상승폭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생산자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 통계다. 약 1개월 뒤 소비자물가에 그대로 반영된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가 3.2% 올라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
소득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 물가만 치솟아 서민 가계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교촌치킨은 22일부터 치킨 메뉴 가격을 평균 8.1%, 품목별로 500∼2000원씩 올린다. 지난달에는 서울우유, 롯데푸드, 남양유업, 빙그레 등이 흰우유 가격을 5∼6% 올렸다. 이미 오뚜기와 농심은 8월 라면값을 각각 평균 11.9%, 6.8% 인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고 수요가 살아나 생산자물가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달 유가 상승세가 상당히 둔화해 향후 (생산자물가지수) 상승 폭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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