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멕시코 침략한 프랑스에 압력… 결국 몰아내
루스벨트, 1930년대 멕시코 석유산업 국유화 지지

미국을 방문한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에이브러햄 링컨(1861∼1865년 재임)과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년 재임)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링컨과 루스벨트는 미국에서도 인기가 아주 높은 대통령이지만 그 두 사람이 미국·멕시코 관계에 끼친 영향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마침 회담이 열린 바이든 대통령의 집무실 ‘오벌오피스’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칭송받는 이들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는데 당연히 링컨과 루스벨트의 얼굴도 포함돼 있다. 이것이 계기가 돼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자신이 좋아하는 미국 대통령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링컨을 존경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프랑스 침략으로부터 멕시코를 구해준 은인’이란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남북전쟁(1861∼1865)을 치르던 시기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는 군대를 보내 멕시코를 점령한 뒤 자신과 친한 오스트리아 왕족 출신 막시밀리안을 멕시코 황제로 삼았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미국 대통령 링컨은 막시밀리안을 멕시코 황제로 인정하지 않았다. 프랑스를 향해 “미국은 유럽 열강이 아메리카 대륙에 간섭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당장 철군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결국 프랑스는 1867년 멕시코에서 군대를 철수시켰고 그와 동시에 허수아비가 된 황제 막시밀리안은 사형을 당하고 말았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좋아하는 또다른 미국 대통령은 루스벨트다. 그는 “재임 시절 존경과 우정을 바탕으로 멕시코와 관계를 유지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20세기 최고의 미국 대통령이었다”고 바이든 대통령한테 말했다. 루스벨트가 임기 중 멕시코 등 이웃나라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선린정책’(Good Neighbor policy)을 편 점을 이유로 들었다.

1930년대 멕시코는 유럽과 미국 등 외국계 자본이 장악한 자국 석유산업의 국유화를 단행했다. 이에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단교 조치까지 취해가며 멕시코를 비난한 것과 달리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는 멕시코 정부와 차분히 협상을 벌였다. 1941년 두 나라는 멕시코산 석유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권리를 인정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마침 루스벨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올해 초 취임 직후 처음 전화 통화를 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께서는 멕시코가 ‘미국의 뒷마당’ 대접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셨다”며 “그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이어 “북미(캐나다·미국·멕시코)가 하나의 지역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우리도 계속 도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는 완전히 동등하고 대등해진 만큼 더 이상 ‘선린정책’은 없다”고 화답했다. 내년이 미국·멕시코 수교 200주년이란 점을 감안한 듯 “오랫동안 우리 두 국민을 하나로 묶어 온 공동의 가치와 가족 같은 관계, 그리고 양국이 함께 만들어 갈 더 밝은 미래를 축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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