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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과 김혜경에 따라붙은 취재진… 모두 ‘스토킹’일까 [법잇슈]

입력 : 2021-11-20 21:00:00 수정 : 2021-11-21 10: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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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잠입 취재와 스토킹 행위 유사한 부분 많아
주관적 판단으로 정당한 취재도 위축시킬 수 있어
“조민 집 찾아가는 등 일거수일투족 감시는 과도”
공인·공적 사안이냐에 따라 스토킹 여부 갈릴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를 취재하던 취재진이 스토킹 행위로 경고 조치를 받으면서 ‘스토킹처벌법’이 입법 취지와 달리 언론의 취재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안의 규정된 스토킹 행위가 기자의 통상적인 취재행위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다.

 

지난달 21일 시행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스토킹 ‘행위’로 규정한다. 이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할 경우 스토킹 ‘범죄’가 되며 범죄를 저지르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밀착·잠입 취재와 스토킹 행위, 상호 충돌 가능성 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에는 접근하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지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 등을 이용해 물건·글·말 등을 보내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기자의 일반적인 취재행위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법이 기자의 취재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취재행위는 스토킹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스토킹 행위가 정확하게 기자의 취재행위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다”며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기 시작하면 기자의 취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기자의 통상적인 취재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 스토킹 행위로 보기 어렵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잠입·밀착 취재 등 취재 방식에 따라 스토킹 행위가 될 수 있고, 범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이 법에서는 정당한 이유의 개념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통상의 취재와 다르게 집요한 취재가 필요할 때도 있을 텐데 상대방이 문제 삼는다면 요건에 따라서 스토킹 행위가 될 여지가 있고 범죄도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취재의 특성과 스토킹 행위가 상호 충돌할 가능성이 커서 취재를 제약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사진=뉴스1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결정돼 법의 적용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지난 15일 경찰은 김씨를 취재하던 취재진 5명의 취재행위가 정당한 이유를 넘어선 과잉취재였기 때문에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자들은 차량 4대를 이용해 이 후보 자택 인근에서 기다리다 김씨로 보이는 사람이 이동하자 따라붙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자임을 밝히지 않았고, 취재차량이 아닌 렌터카를 이용해 피해자가 이들을 기자로 볼 여지도 부족했다”면서 “1대도 아닌 4대의 차량이 따라붙으며 피해자의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당시 취재진이 따라갔던 차량에는 김씨가 타고 있지 않았지만 당사자가 김씨였더라도 취재 방식이 정당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조민, 김혜경에 따라 붙은 취재진, 법 해석 다른 이유는 

 

이번 취재행위가 스토킹 행위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공인 혹은 대선후보 배우자 등 공인에 준하는 사람에 대한 알 권리는 일반인에 견줘 폭넓게 보장돼서다. 김성순 언론인권센터 미디어피해구조본부 위원은 “공인에 준하는 사람이고 제기된 의혹을 취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검찰과 법원까지 갔다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신고에 따른 응급조치가 취재행위에 적용됐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스토킹 행위가 신고되면 경찰은 현장에서 응급조치하고 재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 응급조치는 스토킹 행위를 제지하고 경고하며, 행위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등 피해자를 보호하는 초기 대응 조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인에 준하는 사람이 아니고 공적 사안을 취재하는 게 아니라면 취재행위도 스토킹 행위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기자들은 스토킹 행위가 적용될 수 있다. 공인의 딸을 공인에 준하는 사람으로 보기 어렵고, 조씨가 김씨처럼 이 후보의 유세활동을 돕는 등 정치 행위를 한 것도 아니어서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공인이 아니어도 조씨의 ‘허위 스펙’ 의혹 등 공적 사안을 취재했다면 다퉈볼 수 있겠지만, 조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는 행위는 과도했다고 본다”고 했다.

 

◆“법 취지 살리되 사법당국의 유연한 해석 필요”

 

스토킹처벌법이 언론의 취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법안에 ‘목적범’을 추가하거나 개인정보 보호법처럼 예외조항을 두자는 의견이 제기된다. 행위를 판단하는 데 ‘연애·호의 감정’ 등 목적을 고려해 스토킹 행위의 범위를 좁히자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언론의 취재와 관련해서는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더 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스토킹처벌법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우세하다. 법으로 특정 목적 요건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목적을 판단해 조처하는 게 어려워서다. 아울러 김 위원은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 취재가 분명 있기 때문에 언론의 취재를 모두 예외로 두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스토킹 행위를 제지하는 응급조치 등에서 취재행위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못하게 축소해석할 장치를 두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김대근 실장은 “사법당국이 정당한 이유에 관해 유연하고 필요에 맞는 해석을 해야 한다”며 “연인 사이의 문제 등에서는 정당한 이유를 엄격하게 보되, 취재 영역에서는 더 폭넓게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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