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성인 58.2% “자녀에게 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21-11-19 11:12:11 수정 : 2021-11-20 16:10: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회지도층, 전문가집단 등에 대한 신뢰도 낮은 수준…이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때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는 그와 대조적으로 타인에 대한 신뢰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개인화 성향이 강해지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옅어지고 있는데요.

 

물론 여전히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따뜻한 사연과 소식들도 왕왕 들려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의 사회적 자본이 낮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습니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라는 시스템을 이끌어나가는 계층과 집단에 대한 불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집단, 사회지도층, 정치인, 정부, 언론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신뢰도가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사회정의와 공동체회복을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자료사진

 

◆타인에 대한 신뢰 매우 낮은 한국사회…4명 중 1명만이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사회적 신뢰’와 관련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한국사회는 여전히 가족을 제외한 타인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낮은 사회라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평소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한다고 말하는 응답자가 4명 중 1명(25.3%)에 불과한 것이다. 

 

비록 이전보다는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높아졌다고는 하지만(15년 21.3%→20년 19.7%→21년 25.3%)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특히 다른 연령에 비해 40대의 타인에 대한 신뢰도(20대 28%, 30대 26.4%, 40대 18.4%, 50대 28.4%)가 낮은 특징이 두드러졌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 세대(18.6%)와 어린 후배 세대(16.4%)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낮았다. 기본적으로 다른 세대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세대갈등’이 필연적인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학연과 지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도 눈에 띄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을 신뢰하고(26.1%), 고향 사람들을 신뢰하고(21.9%), 지역 사람들을 신뢰한다(20.6%)는 평가가 매우 적은 것으로, 한국사회 기득권층이 학연과 지연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일반 대중들은 학연과 지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50대 중장년층이 같은 학교와 고향, 지역 사람들을 신뢰하는 태도가 좀 더 강한 편이었다. 이렇게 낮은 타인에 대한 신뢰는 ‘의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전체 응답자의 58.2%가 내 자녀들에게 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거나 가르치고 싶다고 응답한 것으로, 이러한 태도는 젊은 층일수록(20대 64%, 30대 62%, 40대 57.6%, 50대 49.2%) 두드러졌다. 

 

전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가운데 유일하게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대상은 역시 ‘가족’인 것으로 보여졌다. 전체 응답자의 77.4%가 가족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이 가족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더 많은(20대 74.8%, 30대 70.8%, 40대 83.2%, 50대 80.8%) 모습이었다. 

 

다만 가족에 대한 신뢰도가 이전보다는 낮아진(15년 83.3%→20년 85.6%→21년 77.4%) 것은 향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사회공동체에 대한 믿음은 강한 편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과는 별개로 사회공동체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령 전체 81.6%가 우리나라는 문 앞에 택배를 두고 가도 분실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바라봤으며, 깜빡 잊고 공공장소에서 물건을 두고 와도 대체로 물건을 찾을 수 있고(59.7%), 휴대폰을 두고 왔을 때 다시 찾으러 가도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52.1%)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에 이른 것이다. 

 

특히 공공장소에 두고 온 물건을 분실하지 않고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은 20대~30대 젊은 층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전체 절반 이상(53.7%)은 우리나라는 어려움을 처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 대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자료사진

비록 타인에 대한 신뢰도는 낮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선의와 상식선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더불어 10명 중 6명(62.4%)이 일반 국민들은 법과 제도를 잘 지킨다고 느낄 정도로 개개인의 준법정신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반면 리더들이 다수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이고(12.5%), 고위관료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킨다(7.6%)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은 편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종된 한국 사회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도 매우 낮은 편

 

한국사회를 주도해 나가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도도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명 중 3명 정도(31.9%)만이 우리사회에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대부분 신뢰한다고 응답했을 뿐이다. 이러한 평가는 지난해 조사 결과와 동일한 것으로, 전문가 집단이 일반 대중들에게 믿음을 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의사들(20년 40.7%→21년 37.9%)과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의 법률가 집단(20년 23.8%→21년 23.2%), 학교 선생님(20년 39.3%→21년 34.6%)을 신뢰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줄어든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또한 어떤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전문가라면 일단 믿어도 된다고 보는 시각도 25.8%에 그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가의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그들의 말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 및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24.5%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응답했으며, 공공기관을 신뢰한다는 평가자도 20.4%에 그친 것이다. 

 

다만 그래도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15년 8%→20년 22%→21년 24.5%)와 공공기관(15년 14%→20년 19.8%→21년 20.4%)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했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변화라고 읽혀진다.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이 정부에 대한 신뢰(20대 18.8%, 30대 21.2%, 40대 27.2%, 50대 30.8%)를 많이 내비쳤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소식이 사실인지를 의심한다는 목소리(15년 47.7%→20년 40.5%→21년 32%)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었다. 가장 낙제점을 받은 것은 정치인이었다. 단 6.1%만이 대부분의 정치인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거의 바닥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유튜브, 포털사이트 등 뉴미디어 채널 통한 뉴스 불신

 

또 다른 주목해볼 부분은 진실을 마주하고, 정보와 뉴스를 전달하는 미디어 및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국내 언론에서 소개하는 뉴스를 대부분 신뢰한다(15년 21%→20년 18.8%→21년 22.2%)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은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다른 연령에 비해 20대 젊은 층이 국내 언론에서 다루는 뉴스(20대 27.6%, 30대 19.6%, 40대 22%, 50대 19.6%)를 좀 더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정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중에서도 TV에서 나오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33.1%)보다 종이신문에 나오는 기사에 대한 신뢰도(21.6%)가 훨씬 낮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소위 올드미디어라고 불리는 TV뉴스와 신문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해서 뉴미디어 채널에서 제공하는 뉴스를 신뢰하는 것도 아니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탈사이트에서 소개하는 뉴스(18.9%)와 팟캐스트 방송에 나오는 뉴스(11.3%), 유튜브에 나오는 뉴스(10.1%)는 TV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전달되는 뉴스보다 신뢰도가 더 낮은 수준이었다.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자료사진

이렇듯 전반적으로 미디어 및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보니 많은 소비자들은 자신이 접하는 뉴스의 사실 여부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절반 가량(45.5%)이 언론에서 나오는 뉴스가 사실인지를 의심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연령에 관계 없이 비슷한 태도(20대 47.6%, 30대 44%, 40대 43.6%, 50대 46.8%)를 가지고 있었다. 뉴스를 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뉴스의 신뢰도가 달라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10명 중 4명(41.9%)이었다.

 

◆“사회전체 신뢰 높이기 위해 서로 존중하는 문화 만들어야”

 

전체적으로 한국사회의 낮은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지도층이 앞장서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개진되었다. 대부분 한 목소리로 사회전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위관료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하고(89%), 사회 저명인사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하며(88.2%), 대기업 총수 및 임원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한다(87.7%)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일반 국민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한다(87.9%)는 것도 당연한 명제였다. 다만 앞서 국민 개개인의 준법정신을 비교적 높게 평가한 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실종되어 있다는 인식이 강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명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솔선수범이 매우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보여진다.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자료사진

법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엿볼 수 있었다. 10명 중 8명(81.4%)이 사회전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위반할 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치는 것으로, 중장년층(20대 77.2%, 30대 78.8%, 40대 84%, 50대 85.6%)에서 이런 인식이 더 강한 편이었다. 반대로 법과 제도를 잘 지키는 사람에 대해 보상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66%)도 많았다. 

 

이와 더불어 한국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존중의 문화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87.9%가 사회전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특히 여성(남성 81.8%, 여성 94%)과 40대~50대 중장년층(20대 81.6%, 30대 86%, 40대 92%, 50대 92%)이 더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은?

 

한편 일반 대중들이 평가하는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61.7%, 중복응답) 작은 약속을 잘 지키며(50.6%), 입이 무겁고(47.6%), 상황이 변해도 일관성이 있는(46.6%)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을 신뢰하는 태도는 이전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그만큼 한국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언행이 일치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는 말과 행동이 많이 다르고(64.3%, 중복응답), 입이 가볍고(59%),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으며(56.3%), 일 처리에 일관성이 없는(55.9%) 사람이 꼽혔다. 

 

결국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타인을 경계하고,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말과 행동이 다르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