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원인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해 얼굴에 화상을 입은 포항시청 공무원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경북 포항시청 공무원 A씨는 지난달 29일 자신이 근무하는 포항시청에서 염산 테러를 당했다.
가해자는 외부인 방문이 금지된 시청 건물 7층으로 몰래 올라와 상담을 핑계로 A씨에게 접근한 뒤, 생수병에 들어있던 액체를 뿌렸다.
생수병에 든 액체는 염산이었고, A씨는 눈 등에 화상을 입었다. 그는 현재 서울 한 안과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가 입은 상처는 실명 수준으로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6개월가량의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 B씨는 지난달 31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 사연은 A씨의 동료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장님(A씨)의 사모님이 간병을 하시며 느끼신 애끓는 심경을 전한다”며 A씨 가족의 글을 공유하며 화제가 됐다. A씨의 부인도 현재 암 투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글에서 A씨 부인은 “청천벽력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세상의 그 어떤 단어로도 담아낼 수 없었던 그날 남편의 사고 소식”이라며 “오로지 눈만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라고 운을 뗐다.
부인은 남편에 관해 “31년 외길인생 절반 이상을 교통과에 근무했고 땅길은 물론 하늘길까지도 모두 섭렵한 제 남편은 그야말로 교통에 특화된 공무원이었다”면서 “집보다 직장이 소중했고 가족보다 직원을 소중히 여겼던 사람, 재발 암 치료 중인 와이프(아내) 간호보다 현 업무가 중요한 사람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담당 주무관도 있고, 담당 팀장도 있는데 왜 하필 내 남편이어야 했는지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원망의 대상이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원망조차도 퍼부을 시간이 내겐 없었다. 오로지 남편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며칠을 병원에서 보내다 보니 죽을 것 같고 죽일 것 같았던 분노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라고 덧붙였다.
A씨 부인은 그러면서 자신의 가족을 도와준 주변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사고 직후 초기 대응을 잘해주신 과내 직원분들, 소리 없이 뒤에서 참 많은 것을 도와주시는 동료분들, 응급실로 한달음에 달려오신 시장님…. 진정으로 마음 아파하시는 그분을 보며 남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지만 아마도 가슴으로는 웃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만 힘을 써도 화상 부위 핏줄이 툭툭 터지는 기나긴 화상 치료의 길, 너무나도 끔찍했던 사고 트라우마 치료의 길이 남아 있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씩씩하고 담담하게 치료에 임할 것”이라며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마음껏 다시 날개를 달고 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꿈꾼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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