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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가사도우미가 간첩이라니… 뒤집힌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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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9 09:34:19 수정 : 2021-11-19 09: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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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PC에 악성코드 심어 정보 빼내려 시도
실행 직전 체포… 변호인 “돈이 필요해서 그랬다”
베니 간츠 현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지난 2019년 당시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직 국방장관의 집을 수시로 드나든 가사도우미가 간첩인 것으로 드러났다면 국민들이 받은 충격이 어느 정도일까. 할리우드 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것도 한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국가안보를 가장 강조하는 이스라엘이 무대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검찰은 베니 간츠 현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의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옴리 고렌 고로초브스키(37)를 스파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간첩 고로초브스키는 간츠 장관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지난달 31일을 전후해 조국을 배신하고 이란과 연계된 해커 단체에 “내가 스파이 역할을 하겠다”며 모종의 공작 활동을 제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나라들 중 가장 힘이 세며 최근에는 핵무기 개발 의혹까지 사고 있다.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고로초브스키는 해커 단체 ‘블랙 섀도’(Black Shadow)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요원에게 연락을 취한 뒤 자신을 ‘간츠 국방장관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로초브스키는 컴퓨터 등 간츠 장관의 자택에 있는 물건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는 수법으로 자신의 말이 자실임을 증명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간첩 고로초브스키는 이후 해커 단체 측에 금전적 대가를 조건으로 간츠 장관의 컴퓨터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어 기밀 정보를 빼내 건네겠다는 구체적 작전 계획까지 제안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는 지난 4일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전격 체포됐고 천만다행으로 계획은 불발에 그쳤다.

 

그가 접촉한 ‘블랙 섀도’는 이란과 연계된 해커 단체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의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자행한 주체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발칵 뒤집혔다. 한 나라의 안보를 책임진 국방장관의 집을 적국의 스파이가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를 성토하는 분위기다. 특히 간첩 고로초브스키가 과거 범죄 전력이 여럿 있는 사람인 것으로 밝혀지며 국가 기밀을 보호하는 방어망에 구멍이 뚫린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한 언론은 “고위직과 접촉하는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보안 심사나 신원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고로초브스키 측은 국가안보를 해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의 변호인은 언론에 “피고인은 단지 돈이 절실하게 필요했을 뿐”이라고 밝혀 국가안보와 무관한 ‘생계형 범죄’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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