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어머니가 차려준 멸치볶음이나 젓갈 같은 반찬에서 가끔씩 해마(海馬)를 발견하면 먹어도 되는지 어머니께 물어본 기억이 종종 있다. 그렇게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간혹 볼 수 있었던 해마를 최근에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해마는 수컷이 직접 임신하고 출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는 산호해마, 점해마, 가시해마 등 7종이 알려져 있으며, 세계적으로 약 42종이 보고되고 있다. 몸의 색깔이 종 또는 서식지에 따라 노란색, 갈색, 주황색 등 다양하며 눈은 카멜레온처럼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해마는 이름 그대로 구부러진 목과 긴 주둥이를 갖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어류이다. 생김새가 이렇다 보니 보통의 어류가 유선형의 체형으로 날렵하게 헤엄치는 것과는 반대로 등지느러미를 부지런히 펄럭이며 가슴지느러미로 유영하는데도 그 움직임은 영 신통치 못하다.
유영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낮에는 해초에 숨어 지내다가 저녁이 되면 먹이활동을 시작한다. 놀랍게도 해마의 주요 먹이는 움직임이 빠른 동물 ‘플랑크톤’이다. 해마는 머리를 조심스럽게 움직여 먹이에 가까이 다가간 다음 긴 주둥이로 흡입한다. 움직임에 민감한 동물 플랑크톤은 왜 도망치지 않을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해마가 먹이에 다가갈 때 물의 흐름을 순간적으로 조절해 동물 플랑크톤이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하니 놀라운 현상이다.
해마는 산란기가 되면 수컷이 꼬리를 흔들면서 암컷 주변에서 열정적인 춤을 춘다. 암컷은 수컷이 준비됐다고 판단하는 순간 자신의 알을 캥거루와 같은 수컷의 육아낭에 전달한다. 수컷은 육아낭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정성스럽게 공급하고 약 3주 후 알이 부화된다. 이렇듯 눈물겨운 부성애를 가진 해마이지만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현재는 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처지이다. 언젠가 해마를 다시 보게 된다면 해마의 부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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