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보로는 10년 안에 영국 소매점 담배 진열대에서 사라질 것이다.”
세계 최대 담배회사 중 하나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의 야체크 올자크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영국 언론을 통해 밝힌 말이다.
회사는 앞서 2016년부터 ‘담배연기 없는 미래’를 비전으로 선포하고 연초 담배의 대안으로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를 내세우고 있다. 담배를 끊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전자담배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다. 2025년엔 매출의 절반을 아이코스 등의 비연소 제품에서 거두겠다는 목표도 밝힌 상태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필립모리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재현(사진) 한국필립모리스 과학커뮤니케이션팀장은 “많은 흡연자들이 일반담배를 피우지만 해롭다는 것을 알고 있고, 같은 만족감을 느끼면서 좀 덜 해로운 제품이 없을까 항상 대안을 찾고 있다”며 비연소 제품은 그러한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팀장은 독성학을 전공하고 신약을 개발할 때 진행하는 전임상실험을 컨설팅하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필립모리스의 이직 제안을 받았다. 그는 “제약산업의 한 부분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처음에는 (전자담배의 유해물질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안 믿겼지만 논문을 100편 넘게 찾아보니 데이터가 믿을 만했다”며 “전세계 흡연자 10억명이 일반담배에서 더 나은 제품으로 옮길 수 있다면 도움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담배 사용이 금연으로 이어진다거나, 전자담배가 궐련에 비해 인체에 덜 해롭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는 국가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아이코스에 ‘담배를 가열함으로써 유해물질 발생이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점’ 등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는 MRTP(위험 저감 담배 제품) 인가를 내줬다. 영국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해저감 효과를 인정해 금연 보조제로 활용하고 있다.
김 팀장은 “일반담배가 해롭다는 게 명확해지기까지 약 20~30년이 걸렸다”며 “아이코스가 시장에 출시된 지 이제 5년 정도 지나 (유해성 관련) 역학적 데이터가 계속 필요하다. 다만 저희가 쌓고 있는 400만쪽에 달하는 데이터와 FDA 평가를 보면 확실히 일반담배 제품보다는 덜 해로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저희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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