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까지 세수 예상의 87% 넘겨
與, 전국민 지원금 위해 연일 압박
나라살림 적자는 74조7000억 달해
당국 “초과세수 용도 정해져 있어”
靑 “당정보다 여야 논의가 우선”

당정이 초과세수를 둘러싸고 또다시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거둬들인 세수가 예상 수입의 87%를 넘기자 초과세수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는 여당이 세수 과소 추계를 문제 삼으며 기획재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초과세수의 용도가 정해져 있고, 4분기부터는 세수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맞서려는 태세다.
◆1∼9월 국세 59.8조 더 걷혀
16일 기재부가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세수입은 27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조8000억원 증가했다. 1∼9월 진도율(연간 목표 대비 수입 비율)은 87.3%로 집계됐다. 세목별로 보면 경기 회복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의 영향으로 법인세(65조2000억원)가 15조1000억원 늘었다. 자산시장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취업자 수가 늘면서 양도소득세·근로소득세 등 소득세(86조9000억원)도 21조8000억원 증가했다. 부가가치세(56조5000억원)도 8조8000억원 늘었다.
이날 기재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 대비 초과세수 규모가 여당이 언급한 19조원인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언급한 10조원 안팎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자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약 19조원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2차 추경을 편성하며 올해 국세 수입을 본예산(282조7000억원) 대비 31조5000억원 늘어난 314조3000억원으로 추계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초과 세수가 당초 예상한 31조5000억원보다는 조금 더 들어올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이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는 “(2차 추경 대비 초과세수가) 10조원을 조금 넘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4분기부터는 세수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며 여당의 거친 압박이 내심 불만스러운 분위기다. 이날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3분기까지 예상보다 큰 폭의 세수 개선세가 지속됐으나, 4분기에는 자산시장 안정화와 코로나 피해 업종에 대한 부가세 납부 유예 등 세정 지원 조치의 영향으로 세수 개선세가 둔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지난해 10월에는 상반기 납부가 유예된 3조∼4조원 규모의 종합소득세가 추가로 들어온 반면, 올해 10월에는 2조600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세 납부를 유예해줬기 때문에 올해 10월 세수는 작년 10월보다는 증가세가 많이 둔화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재정당국 압박하는 여권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도가 있었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국정조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나라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를 다그쳤다. 기재부의 세수추계 오류가 크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여당이 정부에 대해서 국정조사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민주당은 올해 초과세수를 납부 유예해 내년 초 1인당 20만원씩 전 국민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상회복 지원금’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를 직간접적으로 반대하자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여당의 거센 압박에도 이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초과 세수 중 40%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방에 보내야 한다. 30%는 또 국가 채무를 갚는 데 쓰도록 국가재정법에 명시돼 있다. 초과 세수 중 가용 재원이 30%가 안 되는 셈이다. 게다가 세수는 늘었지만, 9월까지 총수입에서 지출과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74조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급 초과세수도 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중앙정부 채무도 936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10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청와대도 당정 간의 논의보다 여야 간 논의를 우선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방역지원금을 둘러싼 당정 입장차에 대해 “청와대가 조정할 사안이 아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으며 여야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수석은 사회자가 ‘민주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야 청와대가 나설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홍 부총리 설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회에서 여야 간 얘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