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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다”…우울증 노모·장애 아들 부양, 무너진 40대 가장

입력 : 2021-11-16 06:00:00 수정 : 2021-11-16 08: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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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누나에 “너무 힘들다” 문자
주차장서 가족들과 극단적 선택

“우울증을 앓은 노모와 몸이 불편한 아들을 돌보는 게 너무 힘들어요.”

노모와 아들을 돌보던 40대 가장이 돌봄의 한계를 느끼고 가족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5일 전남 담양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쯤 담양군 창평면 한 식품업체 주차장에서 A(48)씨와 아들(13), 어머니(80)씨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어머니와 초등학생 아들은 숨진 채 차량 안에서 발견됐으며, A씨는 주차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일가족이 숨진 곳은 형이 생전에 운영하던 식품 업체 부근으로 현재는 형수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발생 세 시간 전에 누나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으며, 이후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 수색 작업을 벌였다.

A씨는 누나에게 보낸 문자에서 “몸이 불편한 아들을 부양하는데 우울증까지 발생해 너무 힘이 든다”며 그동안의 심정을 토로했다. 또 유일하게 남은 아들로서 어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고 전했다. A씨는 이런 이유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과 남은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내용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 살고 있는 A씨는 아들과 함께 지난 13일 광주시 북구에 홀로 살고 있는 어머니 집을 방문했다가 다음 날 형이 생전에 운영하던 업체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노모와 아들의 사인을 확인한 뒤 공소권 없음 등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한 직업이 없는 A씨는 지난해 형이 사망하면서 노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에도 광주 광산구 임곡동 자전거도로에서 발달장애인 아들과 어머니가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돌봄에 따른 극심한 부담을 일부라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인관 광주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중에는 돌봄 부담으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노모 부양까지 더해지며 부담감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심리 상담을 받았더라면 극단적 생각까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담양=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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