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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시진핑 신시대 중국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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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5 23:06:49 수정 : 2021-11-15 23: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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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이후 애국주의 물결 거세
정치개혁 언급 없이 법치만 강조
역사결의, 1인 집권체제 명분 제공
우리 국익 지키려면 당당해져야

한때 역사를 다룬 중국 영화를 높이 평가했다. 중일전쟁, 국공내전, 문화대혁명의 격변기를 겪은 이들의 아픔을 다룬 장이머우 감독의 ‘인생’과 ‘5일의 마중’,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는 가슴 속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루추안 감독의 ‘초한지: 영웅의 부활’에서 유방이 진나라 수도 함양에 들어가 진시황의 궁을 보고 권력에 대한 욕망에 눈을 뜨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지금은 예전의 중국 영화와 다르다. 때아닌 애국주의가 팽배해졌다. 6·25전쟁 중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한 ‘장진호’는 중국의 6·25전쟁 참전을 항미원조(抗美援朝)라고 강조하는 애국주의 영화다. 미국이 북한을 침략하니 이에 대항해 참전했다는 것이다. 마오쩌둥 찬양 일색의 ‘건국대업’ 같은 프로파간다 영화도 줄을 잇는다. 영화계가 심사·검열 강화에 발목을 잡혔다. 천카이거는 문제의 ‘장진호’ 연출에 참여했고, 장이머우는 6·25전쟁 당시 중국 전쟁영웅을 다룬 영화 ‘저격수’ 개봉을 준비 중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이런 현상은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두드러졌다. 중국은 영토 분쟁에서부터 역사 갈등에 이르기까지 힘으로 주변국들을 굴복시키려 한다. 애국주의를 배경으로 한다. 심히 걱정된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 데이비드 샴보는 저서 ‘중국의 미래’에서 “덩샤오핑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시진핑의 전임자 모두가 정치 개혁을 언급했지만 시진핑만은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법치를 강조한다. “시진핑에게 법이란 당-국가가 영장을 발부하고 통치를 강화하도록 손에 쥐여 준 도구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의 중국은 모든 형태의 사회활동을 단속하고 인터넷·소셜미디어·문화예술계 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는 지난 11일 ‘당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역사결의)를 채택했다. 중국공산당 100년 역사에서 마오쩌둥 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정한 1945년 1차 결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노선을 전면에 내세운 1981년 2차 결의에 이은 3차 결의다. 시 주석 집권기를 ‘중국 특색 사회주의 새 시대’라고 했다.

공산당 중앙위는 회의 결과를 집약한 공보에서 “당이 시진핑 동지의 당 중앙 핵심, 당 핵심 지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했다”며 “신시대 당과 국가사업 발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역사 추진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시 주석을 핵심으로 일치단결해야 부의 재분배를 통한 ‘공동부유’를 이루고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우뚝 서는 ‘중국몽’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결의는 시 주석에게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잇는 중국공산당 3대 지도자 지위를 부여하는 동시에 덩샤오핑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폐기하고 1인 집권체제를 다질 명분을 제공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 열리는 제20차 당대회에서 총서기 3연임을 해 장기집권에 나서는 길을 열 것이다. 또한 이번 결의는 덩샤오핑 이후의 개혁·개방 노선보다는 ‘중국의 길’을 찾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특색 대국 외교’를 공언한 것은 최근 공세적 대외전략 추구에 비추어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는다. 그동안 시 주석의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앞세워 홍콩 민주주의 탄압과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했고, 남중국해 등에서 공공연한 무력시위를 자행했다.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로 미국·유럽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미·중 대결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한반도에 거대한 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 등 보복조치에 이어 최근에는 요소수 파동을 초래한 통관 통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진핑이 이끄는 신시대 중국에 어찌 대처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국익을 지키려면 당당하게 할 말을 해야 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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