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조기경보기 4대를 한번에 살 수 있는데… 軍 “2대 우선 도입” [박수찬의 軍]

관련이슈 박수찬의 軍 , 디지털기획

입력 : 2021-11-14 06:00:00 수정 : 2021-11-14 11:14:33

인쇄 메일 url 공유 - +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군의 ‘눈’ 역할을 맡을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추가 도입하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군 당국은 현재 공군이 운용중인 E-737 4대에 신형 조기경보기 2대를 추가하려고 했으나, 최근 들어 도입 규모를 늘려 4대를 한꺼번에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내년도 국방예산안 국회 심의를 앞두고 기존 계획대로 2대를 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군의 무기도입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정이나 방식 등의 변경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2대→4대→2대로 바뀐 이유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군 당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형 조기경보기 도입 사업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해 6월. 당시 방위사업청은 제12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항공통제기 2차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의결했다.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정찰임무 수행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조6000억 원을 들여 2대를 도입하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은 방추위 의결 직후 물밑 검토 등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이 이뤄졌다. 

 

그런데 E-737의 운용시간이 하루 8시간에 그치는 등 작전에 제약이 발생하자 공군은 추가 소요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합참, 방위사업청, 공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9월에 열린 합참 전력업무현안협의회에서는 기존 소요를 변경, 4대를 구매하는 것으로 협의를 마쳤다. 

 

4대를 통합 구매하면 2대를 먼저 도입하고 2대를 추가 확보하는 2+2 방식보다 총사업비를 10% 절감할 수 있다. 2대 추가 구매가 불투명한 2+2보다는 4대 일괄 도입이 사업적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지난달 공군 국정감사에서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이 항공통제기 2차 사업과 관련, “소요 수정을 통해 4대가 한꺼번에 가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사를 앞둔 시점에서 사업 방식은 기존 계획대로 2대 구매로 바뀌었다. 소요를 수정하면 소요검증 등을 거쳐야 해 사업일정이 1년 지연되어 전력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탑재장비 성능점검 차원에서 한반도 상공을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 당국은 2대를 도입하는 기존 계획은 정상 추진하되 추가 소요는 전평시 작전 등을 감안,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대 구매 이후에는 확정된 것이 아직은 없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2020년대 이후 공군 전력증강 계획과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재 지상시험이 진행중인 KF-21 전투기는 2026년에 체계개발이 끝난다. 개발 종료 시점에 앞서 2024년쯤 초도양산 승인이 이뤄질 예정이다. 

 

2026~2032년에 본격적인 양산이 진행되면서 120대가 실전배치되는 점을 감안하면, 약 10년 간 KF-21 양산에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항공무장이 없는 전투기는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KF-21 양산 시점에 맞춰 항공무장도 도입해야 한다. 

 

가장 먼저 도입해야 할 무장은 공대공 무기다. KF-21 블록1은 영국 MBDA 미티어, 독일 딜의 AIM-2000 공대공미사일을 사용한다. 

 

지상공격작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공대지 폭탄 도입도 급선무다. KF-21은 미국 레이시온과 보잉, 한국 LIG넥스원이 만든 공대지 폭탄을 탑재할 예정이다. 

 

한국형전투기 KF-21 시제1호기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내 시설에 주기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사시 KF-21 1대가 여러 차례 임무수행에 나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대공미사일과 폭탄 도입은 대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막대한 예산 지출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공군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우주전력 증강에도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과학기술부 주관 한국형위성항법체계 사업에 참여, 항재밍 성능을 지닌 군용 위성항법체계를 확보하는 군용한국형위성항법체계(200억 원), 감시정찰능력 강화를 위한 초소형위성체계(112억원) 사업이 신규로 포함됐다.

 

현 정부에서 활용도가 높아진 수송기 전력을 보강하는 대형수송기 2차 사업,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추가 도입하는 패트리엇 성능개량 2차 사업, F-35A 현대화 사업도 내년부터 시작된다. 3개 사업 모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궁곤 준력증강 사업의 우선순위 조정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기경보기 2대를 도입하고, 나머지 2대를 추후 검토한다고 하면 1조원 이상의 여유가 생긴다. 새로 들여올 2대의 성능이 기존 E-737보다 뛰어나므로 2대로도 조기경보기 전력 운용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F-21에 탑재될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업 일정 늦어지면 ‘극적 반전’ 이뤄질까

 

변수는 2대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느냐다. 도입 규모가 크면 가격 인하 요인이 더 늘어나서 대당 단가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E-737 제작사인 미국 보잉 외에 유럽과 이스라엘 업체들이 경쟁 입찰에 참여할 여지도 그만큼 넓어져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2대만 도입한다면 공군이 운용중인 E-737 제작사 보잉 외에 다른 업체의 참여는 쉽지 않다. 이는 가격을 낮추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 이후 정치적 환경 변화와 가격 등의 요인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 국내 개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군 함정에 탑재하는 근접방어무기인 팰렁스의 가격을 미국 제작사가 인상하자 국산화가 추진되는 점과 유사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기경보기는 민간 항공기를 기반으로 레이더 등 전자장비를 체계통합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조기경보기를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들은 체계통합에 집중하고, 구성품은 다른 업체에서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F-15K 전투기 편대가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스웨덴 사브의 글로벌아이는 에리아이 레이더를 제외하면 기체나 전자장비 상당수는 다른 회사 제품이다. 보잉 E-737은 기체는 자사의 B737이지만, 레이더 등은 미국 업체 제품을 쓴다. 

 

비즈니스 제트기 수준의 항공기에 레이더, 전자장비를 체계통합한 경험만 있다면, 조기경보기 개발은 가능한 셈이다. 

 

인도는 에어버스 A320 여객기를 개조해 다기능 레이더 및 조기경보체계를 장착한 조기경보기를 확보할 예정이다. 브라질 엠브리어도 이스라엘 엘타의 다기능레이더 등을 탑재한 기종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업계도 관련 경험을 어느 정도 축적한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7월 공군 E-737 성능개량 사업 주관사인 보잉과 180여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KAI는 항공기 개조, 기능점검, 비행시험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F-15K 전투기가 함께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AI는 지난 2006년 항공통제기 1차 사업(E-X) 당시 보잉과 함께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와 전자장비 등의 조립 및 개조, 장착 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북한 감시용 신형 정찰기를 확보하는 백두체계능력보강 2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KAI는 프랑스 닷소 비즈니스 제트기인 팰콘 2000LXS에 정보수집 장비, 송수신 시스템 등을 통합하고, 정보수집체계 운영에 필요한 개발과제를 담당한다. 임무 장비는 LIG넥스원이 담당한다.

 

정보수집에 필요한 임무 장비와 레이더, 통신장비 등을 항공기에 체계통합한 경험이 쌓이면, 제3국에서 항공기를 들여와 국내외 업체가 만든 장비를 통합해 한국형 조기경보기를 만들 수 있다. 

 

첨단 무기의 국내 개발 지원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8월 열린 제8회 방위산업발전협의회에서 한국산 우선획득제도 도입 방안을 밝혔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내 시설에서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성능개량을 받고 있다. KAI 제공

이 제도는 방위력개선비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국내 지출이 80% 이상이 되도록 지출목표 관리제를 도입하고, 국내 개발과 국외 구매를 검토할 때 국외 구매는 비용에 50%를 할증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불가피하게 국외 구매로 결정되면 국내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 기술협력 생산 등 국내 업체를 더 많이 참여시키는 외국업체가 선정되도록 사업 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큰 폭의 정치적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총사업비가 1조원이 넘는 신규 무기도입사업은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늘의 지휘소’라 불리는 조기경보기를 구매하는 사업도 내년 대선을 전후로 극적인 변화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항공통제기 2차 사업을 둘러싼 군과 방산업계의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엔믹스 설윤 '깜찍한 꽃받침'
  • 엔믹스 설윤 '깜찍한 꽃받침'
  • 엔믹스 배이 '시크한 매력'
  • 김소현 '심쿵'
  • 조이 '사랑스러운 볼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