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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 전도사’ 장하성 주중대사, ‘요소수 대란’으로 또 도마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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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4 10:30:00 수정 : 2021-11-14 11: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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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주중한국대사. 연합뉴스

“아프게 반성한다.”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한 김부겸 국무총리의 말이다. 김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요소수 품귀 사태에 대해 ‘너무 늦은 대처에, 국가의 위기관리 인식이 안일했다는 평가가 있다’고 하자 “초기에 적극성을 띠고 했다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긴급수급조정조치를 할 만큼 우리 경제와 민생에 큰 타격과 위협이 된 ‘요소수 대란’은 관계 부처의 안일한 인식과 허술한 대응 탓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정부가 요소수 원료인 요소의 수출 제한조치를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늑장·부실보고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현지 외교 최일선을 지휘하고 있는 장하성 주중한국대사도 도마에 올랐다.

 

장 대사는 문재인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이른바 ‘소주성’으로 불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했다. 하지만 영세자영업자가 많은 현실 등을 감안한 세밀한 접근 대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주성을 밀어붙이면서 정책 성과보다 실패가 더 도드라지며 책임론에 휩싸이다 물러났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 속에 자격시비 논란에 상관없이 주중대사로 부임했다. 하지만 요소수 사태가 터지면서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움직임에 제대로 대처한 게 맞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처지다. 소주성에 이어 요소수 대란으로 또다시 도마에 오른 셈이다. 

 

앞서 중국은 자국 내 석탄·전력난으로 요소 물량이 부족해지자 지난달 11일 수출 검역 관리방식을 변경했다. 별도 검역 없이 수출이 가능하던 요소 등 29개 품목을 나흘 뒤인 15일부터 반드시 검역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사실상 요소 등 해당 품목에 대한 수출 중단 조치를 예고한 셈이다. 

 

12일 오후 경기 부천시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하지만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열흘가량 지난 21일에서야 주중 한국대사관이 수출 중단 상황을 외교부에 알렸고, 외교부는 그제야 산업부 등 소관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산하기관으로 무역·통상업무를 맡고 있는 코트라 역시 산업부에 늑장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를 비롯,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제1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도 요소수 대응 전략이 제때 논의되지 않았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해 국내 위기가 가시화한 이달 초에야 청와대와 관계부처에서 요소수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 2일 관계부처 합동회의에 이어 4일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5일 안일환 경제수석을 팀장으로 한 ‘요소수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 7일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8일 ‘요소수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요소수 불법 유통 정부합동단속반’ 구성 등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미 요소수가 바닥나 경유(디젤)를 이용하는 화물차 등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 운전자들과 물류업체 등 각종 산업현장에서 아우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와 관련, 1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정부가 이번 사태에 너무 무책임하고 무능했다’고 지적하자 “조금 더 일찍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준비해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관련 정보를 더 빨리 의미있게 받아들여 예측하고 준비했어야 한다는 점은 뼈아프게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도 한번 짚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요소수 사태와 관련해 상세한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도 요소수 관련 협의를 할 수 없었다. 정 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중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지난달 11일이었는데 지난달 29일 이탈리아에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하며 요소수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제가 사실 그 이전에 출국서 요소수 문제에 대한 상세 내용을 보고받지 못한 상태였다”고 실토했다. 정 장관은 ‘종합적인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관계부처뿐 아니라 특히 대중 외교의 최일선에 있는 장 대사에게도 뼈아프게 들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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