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전 8권)/도스토옙프스키/홍대화·김근식·박혜경·이대우 옮김/열린책들/총 18만2400원
수천 가지의 선한 일로 보상될 수 있다면 ‘작은 범죄’ 하나쯤은, 수백 수천 명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의 생명쯤은 교환될 수 있다고 생각한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니코프는 전당포의 노파와 그의 여동생을 살해한다. 하지만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는 매춘부 소냐를 만난 뒤 살인을 자백하고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비로소 삶 자체, 삶의 본질에 대한 감각을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부활한다.
“그들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눈물이 그들의 눈앞을 가렸다. 두 사람 모두 창백하고 여위어 있었다. 그러나 이 병들어 창백한 얼굴에서는 이미 새로워진 미래의 아침노을, 새로운 삶을 향한 완전한 부활의 서광이 빛나고 있었다. 그들을 부활시킨 것은 사랑이었고, 한 사람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한 삶의 무한한 원천이 간직되어 있었다.”(기념판의 ‘죄와 벌’하권, 513∼514쪽)
라스콜니코프의 죄와 벌, 이를 통해 인간 구원의 문제를 예리하게 묘파한 소설 ‘죄와 벌’을 쓴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대표작 신판은 물론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연구서와 입문서, 만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서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출판사 열린책들은 작가의 4대 장편 소설인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재교열해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전 8권) 세트를 출시했다. 원서와 정평 있는 여러 외국어판과 대조해 빠진 단락이나 문장을 삽입했고, 오류도 바로잡았다. 러시아어 인명과 지명 표기를 모두 표준 규정에 맞췄다. 열린책들은 이와 함께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협업해 ‘도스토옙스키 컬렉션’(전 11권)도 출간했다. ‘죄와 벌’ ‘백치’ ‘악령’‘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다가 ‘가난한 사람들’을 추가했다.
한국노어노문학회 회장을 지낸 고려대 석영중 교수는 연구서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열린책들)와 입문서 ‘도스토옙스키 명장면 200’(열린책들)을 동시에 펴냈다. ‘깊이 읽기’는 저자가 20년간 해당 작가를 연구한 성과를 묶은 책이고, ‘명장면 200’은 그의 작품에서 핵심적인 장면이나 어록을 모은 책이다.
만화와 소설이 결합한 ‘죄와 벌 그래픽 노블’(미메시스)도 출간됐다. 프랑스 만화가 바스티앙 루키아가 1000쪽에 이르는 원전을 170여 쪽의 삽화로 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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