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정의·민주주의 위한 희생에 경이”

“미국은 전사한 6·25전쟁 영웅들에게 영원한 빚을 졌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州) 오렌지카운티 플러턴에 세워진 6·25전쟁 미군 전사자 기념비 준공식에 보낸 메시지 일부다. 기념비에는 미군 전사자 3만6591명의 이름을 모두 새겼는데, 이처럼 전사자 이름을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전부 새겨 넣은 6·25 관련 기념물이 미국에 들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오렌지카운티 6·25 기념비 건립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플러턴시(市) 힐크레스트 공원에서 기념비 준공식을 열었다. 기념비는 5각형의 별 모양이며 높이는 1.5m, 폭은 2.5m다. ‘펜타곤’으로 불리는 미국 국방부 청사도 5각형 모양이다.
건립에는 총 72만달러(약 7억92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우리나라 국가보훈처가 30%를 지원했고, 나머지는 한국 측 건립위원회와 현지 동포들이 모금으로 채웠다. 미국 내 동포사회의 십시일반 정성이 기념비에 녹아든 셈이다.
6·25 전쟁 기간인 1950∼1953년 참전을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가 희생된 미군 장병 3만6591명 이름은 50개 주별로 구분돼 영어 알파벳 순서대로 새겨 넣었다.

준공식 날짜를 11일로 잡은 건 이날이 한국에서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지정돼 기념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11일은 미국에선 ‘재향군인의 날’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준공식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기념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은 전사한 6·25 전쟁 영웅들에게 영원한 빚을 졌다”고 운을 뗀 바이든 대통령은 “이 중요한 기념비는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한 6·25 전쟁 참전용사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에게 진 빚을 결코 완전히 갚을 수는 없지만, 이 기념비는 우리가 그들을 기리는 것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징표”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한국 언론사를 통해 한국인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한국 하면 가장 먼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새겨진 6·25 전쟁 미군 전사자 이름이 떠오른다”고 밝히는 등 6·25 전쟁을 통해 ‘피’로 맺어진 한·미관계를 무척 소중히 여겨왔다. 그는 부통령이던 2013년 방한 당시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기념비 준공식 축사는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과 한국군 합참의장을 지낸 정승조 한미동맹재단 회장이 맡았다. 샤프 전 사령관은 “한·미동맹은 한국군과 미군, 유엔군 희생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졌으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번 기념비는 한·미동맹의 가치와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를 외쳤다. 6·25 전쟁 당시부터 한국군과 미군 사이에서 널리 쓰인 ‘위 고 투게더’는 같이 가자는 뜻으로, 오늘날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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