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2 남자인데요. 삶이 참 재미없고 지루해서요...인생 재밌게 사는 법 없나요”
2007년 7월 초, 네이버 지식인에 고2 남학생의 한 질문이 올라왔다.
이 남학생은 “친구들은 잘 놀고 하는 거 같은데 전 왠지 잘 안 된다”라며 “한 가지에 집중할만한 것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까’, ‘왜 살까’ 뭐가 하고 싶은 지조차 내가 알 수 없는 게 한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생을 재밌게 바꾸고 싶다. 재밌게 사는 법 없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고3 여학생이 정성스러운 답변을 달았다.
여학생은 “인생을 재밌게 사려고 뭐든 다 해봤지만 진짜 재밌는 건 없었다”며 “인생에서 재밌는 것을 찾는 건 뭐랄까 쓰레기 속에서 황금찾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미를 위해 공부에 매진해서 100등 가까이 올려봤는데 이것도 잠깐만 재밌더라”며 “남자친구가 생겨도 헤어지면 공허감만 더 크지 순간만 재밌다”고 덧붙였다.
여학생은 “고2때는 인생이 너무 재미없어서 친구들도 안 사귀어 보고 혼자 무념에 빠져서 학교를 대충 다녀봤는데 이것도 재미보단 심심함이 더 컸다”며 “고2때 거의 혼자 지냈다가 고3 올라왔는데 갑자기 만인의 연인이 됐다. 이런 게 인생의 재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여학생은 인생을 즐기는 법을 추천해주기 시작한다.
여학생은 “사람 많은 공원에 편하게 입고 MP3끼고 산책하거나 고독을 즐겨라”며 “재밌으려고 공부하거나 텔레비전 시청으로 시간 보내는 일은 절대 하지마라”고 조언했다.
그는 고2 남학생에게 쓸쓸하면 쪽지하라며 즐겁게는 못해주지만 한풀이는 해주겠다고 글을 마쳤다.

이후 14년이 흘렀고, 지난 7일 당시 고2 남학생이 이 답변을 채택했다. 고2 남학생은 “죄송하다, 질문을 남기고 지금 처음 봤다. 답변 감사하다. 지금 봐도 좋은 답변이다”라며 감사 선물로 네이버 포인트 1만점을 보냈다. 네이버 포인트 1만점은 현금 1만원의 가치가 있다.
이에 당시 고3 여학생은 다음날인 지난 8일 응답을 달았다.
그는 “10대 때 이후로 지식을 내려놓고 살았는데 오늘 1만 포인트가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며 “커피 한 잔 하라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1만 포인트를 쓸 수 있는 건 질문자께서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30대가 된 지금은 인생이 조금 더 재밌어 지셨는지”라며 “아니면 10대 때와는 다른 요소들로 고단함을 느끼고 계신가”라고 물었다.
그는 “어떤 인생을 살고 계시던 그 인생 속 주인공인 질문자님의 선택은 항상 바른 곳을 향해 있을 것”이라며 “당신의 30대를,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겠다”고 글을 마쳤다.
이와 같은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퍼지자 누리꾼들은 “성지순례 왔다”, “2007년에 저는 군대에 있었는데 지금은 두 딸의 아빠가 되었다”, “두 사람이 유퀴즈에 나오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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