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이내 문제 해결 못 하면 차량 10% 운행중단”
건설업·유통서비스업·농업도 직간접적인 영향 받아
일반 시민도 영향권… 중고 거래 앱서 구매글 폭증

‘요소수 대란’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운수업이다. 최근 요소수를 확보하지 못해 차량 운행을 멈춘 화물차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연말은 운수업계 성수기인데다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한창 일감이 많아질 시기이지만 정작 요소수가 없어 차량을 주차장에 세워놓은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8일 화물업계에 따르면 일반 경유차량은 요소수 10ℓ로 1만㎞ 주행이 가능하지만 대형 화물차량의 경우 700㎞밖에 주행하지 못해 하루 또는 이틀마다 요소수를 채워야 한다. 사태 이전 10ℓ짜리 요소수 1통은 1만원대에 거래됐지만 최근 인터넷 등에선 10만∼15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대구에서 25t 트럭을 운전하는 김선동(54)씨는 “이틀에 요소수 1통을 써야 되는데 이미 시중 가격은 10배 이상 폭등했다”며 “지난주부터 단골주유소에서도 요소수 재고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귀란 화물연대본부 정책국장은 “화물차 기사들의 평균 월 소득이 300만원 수준인데 기름값 상승에다 요소수 가격까지 올라 차를 운행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한 달 이내 요소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화물연대 소속 차량 10% 정도가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수업뿐만 아니라 건설업, 유통서비스업, 농업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 262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29.8%의 기업이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답한 기업도 46.9%를 차지했다. 건설 관련 기업의 80%는 “기기 운행 중단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당장 이번주 내에 획기적인 요소수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당수 차량들이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요화 인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전무는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야말로 기사들끼리 이리 막고, 저리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 전무는 “인천항만을 기점으로 움직이는 차량 2000대 안팎 가운데 요소수 품귀와 관련된 차량이 1500대 정도”라며 “차량이 멈추면 물동량은 쌓이고 일반 수요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요소수 부족으로 인해 경기와 충북지역 CU 도시락 제조에 들어가는 쌀 운송에 차질이 있을 예정”이라며 “매일 22t 분량의 쌀을 책임지고 있는데 도저히 요소수 구할 방도가 없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예상되는 ‘물류대란’에 사재기에 나선 사람도 있다. 경북 칠곡군 한 30대는 “혹시 몰라 생수와 치약, 식용유, 참치캔, 여성용품 등 생필룸 2∼3개월치를 미리 주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반 시민도 요소수 품귀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광주 북구 매곡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모(47)씨는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멀쩡한 승용차를 이틀째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두고 있다. 박씨 승용차는 외국산 경유차량으로 보름 전부터 요소수를 넣으라는 경고등이 들어왔지만 그대로 타고 다니다 이번 사태때 바닥이 난 것이다. 박씨는 “요즘 몇배의 웃돈을 준다고 해도 살 수 없는 게 요소수”라며 “정부가 미리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 인터넷카페나 중고거래앱 등에서는 요소수가 있는 주유소를 묻거나 구매하겠다는 글이 폭증하고 있다. 한 중고거래 앱에는 요소수 10ℓ짜리 4통을 10만원씩 40만원에 일괄 판매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는데 한 누리꾼은 “꼭 필요한 사람은 사지도 못하고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 주유소에서 한 통씩 구매해서 10만원 어이 없는 장사 시전들 하지 마세요. 양심 1도 없나요?”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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