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상금 37억… 총 103억 벌어
‘올해의 경주마’ 강력 후보 올라
내년 은퇴 후 美서 씨수말 활동
교배료 회당 3000만원 ‘껑충’

한국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가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델마르에서 열린 ‘경마 올림픽’ 미국 2021 브리더스컵 클래식(총상금 600만달러)에서 우승해 세계 최강 경주마로 등극했다. 닉스고의 경주 기록은 1분59초57, 우승상금은 312만달러(약 37억원)다. 마사회가 경매에서 1억원가량에 구매한 닉스고는 이번 우승으로 4년간 상금만 모두 103억원을 벌어들였다. 내년 미국에서 씨수말로 데뷔할 예정인 닉스고의 이번 쾌거는 한국 경마의 위상 제고에 기여한 것은 물론 국산마 수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닉스고는 마사회가 2017년 9월 경매로 구매한 말 5두 중 한 마리다. 경주유전능력을 말하는 ‘케이닉스(K-Nicks) 지수’가 매우 높았고, 대상경주에 유리한 중거리에 특화된 말이다. 마사회 측은 닉스고에 대해 “특히 심장이 최상급이고 체형이 1등급”이라고 소개했다. 닉스고는 2018년 2세에 데뷔해 최고의 2세마를 가리는 브리더스컵 주버나일(총상금 200만달러)에서 준우승하며 신예 스타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는 브리더스컵 더트 마일(총상금 10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해 최고의 경주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는 브리더스컵 클래식을 목표로 경주해왔다. 이 대회는 전세계 최우수마가 분야별로 출전하는 브리더스컵의 메인 경주다. 닉스고는 세계 경주마 랭킹 더트 부분 1위로, 경주 전부터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최고의 대상경주답게 상승세의 에센셜퀄리티, 더트 부문 2위 메디나 스피릿 등이 강력한 상대로 거론됐다. 특히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입을 모은 에센셜퀄리티는 한 회 교배료만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를 받는 최고의 씨수말 ‘타핏’의 자마로, 생산부터 훈련까지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경주마다.

반면 닉스고는 마사회가 8만7000달러(약 1억원)에 구매했다. 하지만 실력은 몸값 순이 아니었다. 닉스고는 게이트가 열림과 동시에 박차를 가하며 선두로 치고 나섰다. 경주 초반 경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닉스고의 선행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마지막 4코너를 돌며 후방에서 힘을 비축한 경쟁마들이 막판 스퍼트를 내며 추월에 나섰다. 초반부터 전력을 다한 닉스고는 경주 막판 힘이 빠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경쟁마들의 스퍼트보다 더 빠른 가속으로 오히려 격차를 벌려 2위 메디나 스피릿을 2¾ 마신(馬身·약 6.6m) 차이로 따돌리며 결승선에 골인했다.
이번 우승으로 닉스고는 미국 경마의 연말 시상식 격인 ‘이클립스 어워드’에서 올해의 경주마 부문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동시에 경주마 은퇴 후 씨수말로서의 가치 역시 급상승했다. 닉스고의 예상 교배료는 회당 1만5000달러였으나 브리더스컵 클래식 우승으로 50%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닉스고는 내년 1월 열리는 페가수스 월드컵(총상금 30만달러)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후 씨수말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진우 마사회 해외종축개발 TF 부장은 “닉스고의 브리더스컵 클래식 우승으로 교배료 2만5000∼3만달러를 받고 미국에서 씨수말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닉스고에 잘 맞는 씨암말을 선택해 계획교배를 하면 자마의 2세 경주성적을 상승시킬 수 있어 교배료도 5만달러 이상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닉스고의 우승은 미국 종마사업 진출이라는 쾌거와 함께 향후 국산마 경쟁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 말산업 관계자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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