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은 누구에게나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고향의 산천과 집, 함께했던 친구와 가축까지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국인 모두의 고향이 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필자는 정지용 시인의 생가가 있는 충청북도 옥천을 꼽고 싶다. 무엇보다 그의 시 ‘향수’가 주는 울림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시의 표현대로 정말 꿈에도 잊을 수 없는 곳이 고향이다. ‘향수’는 정지용이 일본에 유학 갈 때 고향을 그리며 쓴 시로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됐다. 한가로운 고향의 정경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1920년대 모더니즘 시의 대표작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정지용은 1902년 옥천에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후 서울로 올라와 휘문고등학교에서 중등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일본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귀국 후 휘문고등학교 교사, 이화여대 문학부 교수 등을 지냈다.
1950년 6·25 때 납북된 뒤 한동안 월북작가로 분류돼 그의 작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가, 1988년도 납·월북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금 조치로 그의 작품은 다시 평가를 받게 됐다. 해금 조치 후 생가 복원 사업이 추진됐고, 1996년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된 정지용 생가는 현재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립문, 집 마당 언저리의 우물, 담벼락 아래 장독대,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부엌 등이 조성돼 있고, 마당의 감나무까지 잊혀져가는 고향집 풍경을 정겹게 전해준다.
생가의 사립문을 열고 나가면 시인의 문학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정지용 문학관’이 조성돼 있는데, 그의 문학 이력과 작품이 전시돼 있다. 우리의 가슴에 새겨진 고향의 정경을 오롯하게 담아낸 시 ‘향수’는 1989년 이동원, 박인수의 노래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고, 고향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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