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영장청구서 李·성남시 적시 안 해
‘市 지침에 따른 업자도 무혐의’ 논리
일각 ‘檢의 배임액 변경’ 자충수 지적
윤정수 “도개공 보고서는 공식 입장”
성남시 “신중하라” 공문에 정면 반박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개발사업 실무를 맡았던 정민용 변호사는 3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배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씨 등의 배임 논리를 구성하면서 사업 인허가 등을 내준 성남시를 배제한 탓에 이들의 배임 혐의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주요 문서에 결재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보호하려다 피고인들에게 논리에서 밀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날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진행한 김씨 등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배임’ 혐의가 치열한 쟁점이었다. 김씨 등이 치밀한 계획에 따라 대장동 개발사업을 설계·진행한 뒤 ‘651억원+α’의 배당이익과 액수 불상의 분양이익을 화천대유 측에 몰아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김씨 측은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가 모두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 사업자 공모 당시 막대한 개발이익의 발생이 명확히 예상되었다는 전제하에 추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는 부동산 침체기여서 지금과 같은 규모의 개발이익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심사 과정에서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에게 전달했다는 뇌물 5억원 중 수표 4억원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정 변호사, 남 변호사에게 전달된 경위도 처음 설명했다고 한다. 정 변호사가 남 변호사와의 공동 사업비 중 유 전 본부장에게 11억원을 빌려줬다가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남 변호사가 ‘당장 돌려받으라’고 했고, 정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을 독촉하자 ‘김씨에게서 받았다’며 수표 4억원으로 그 일부를 갚았다는 것이다.
이날 심사에는 ‘수사팀 배제설’이 돌던 김익수 부부장검사도 참여했다. 전담수사팀의 ‘주포’인 김 부부장검사는 지난달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검찰의 수사 의지를 둘러싼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돌연 정보통신기업 수사를 겸하게 돼 논란이 있었다. 검찰은 김씨와 남 변호사의 대질조사 과정에서 휴식시간에 두 사람이 함께 화장실을 가는 장면이 담긴 복도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시하며 말맞추기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배임 혐의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를 물고 늘어졌다. 인허가를 비롯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성남시와 이재명 시장 등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성남시 지침에 따라 개발사업에 응모해 사업을 수행한 민간 사업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반박이다.

검찰이 첫 구속영장 청구 때는 대장동 설계 과정에서 초과이익 환수 규정이 삭제되면서 성남시가 ‘1163억원+α’의 손해를 봤다는 논리를 폈다가, 이번엔 택지 분양가가 조작돼 성남도개공이 ‘651억원+α’의 손해를 봤다는 논리로 바꾸면서 김씨 등에게 반격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과이익환수 규정 삭제 의혹에 토대를 둔 수사를 할 경우 성남시 결재라인을 타고 올라가 이 후보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택지 분양가 조작 의혹은 성남도개공 선에서 정리될 수 있어서다.
배임 논란은 법정 밖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일 자체 조사 보고서를 통해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들이 업무상 배임의 공범이라고 밝혔던 성남도개공의 윤정수 사장은 이날도 “(보고서 내용은) 개인 의견이 아닌 공사의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보고서 공개 직후 “그분 의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하자 다시 반박한 것이다. 성남시는 윤 사장이 보고서를 공개하기 직전 공문을 보내 “수사 중인 사건으로서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퇴임을 사흘 앞둔 윤 사장은 공개를 강행했다.

윤 사장은 이날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지난 1일 공개한)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지만, 공사의 대장동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서 실무 직원들의 자료 수집 도움과 확인을 거쳐 작업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앞선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관련 공사 대응방안에 대한 보고’에서 유 전 본부장과 관련 직원,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 측 관련자들이 업무상 배임의 공범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무소속 곽상도 의원 아들에 대한 산업재해 위로금 명목 등 퇴직금 50억원에 대한 조사를 위해 이날까지 공동대표가 출석하란 요구에 불응한 화천대유에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화천대유의 산재 자료 미제출도 ‘서류 보존 의무’ 위반으로 보고 과태료 30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