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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옥 KBL 총재 "프로농구 ‘리:바운드’의 출발점은 재밌고 공정한 경기"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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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03 06:00:00 수정 : 2022-11-02 13: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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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인기 하락으로 어려움 직면
명성 회복 위해 스타 선수 발굴 시급
우수 심판 충원 위해 처우 개선 노력
승강제 통한 실력 상향 평준화 방침

40년 팬이지만 낯선 직이라 큰 고민
법조·학계 등서 쌓은 公心 바탕으로
재정 돌파구 넘을 선순환 구조 마련
사심 없이 헌신… 만성적자 탈출할 것
김희옥 KBL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프로농구 현안과 더불어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갈등과 반목을 하고 있는 세태에 대해서도 공정한 룰을 지키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농구에서 어떤 포지션의 역할을 맡기더라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사람을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라고 한다. 각 분야가 전문화되는 추세 속에 점점 찾기 힘든 인재다. 국내 농구에도 이런 팔방미인 스타의 부재 속에 인기가 떨어져 위기라는 말을 듣고 있다. 이렇게 흔들리는 프로농구를 되살리기 위해 법조계와 학계는 물론 정계까지 두루 섭렵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지난 7월부터 한국농구연맹(KBL)을 이끄는 김희옥(73) 총재다. 검사장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무부 차관 등을 거치며 했던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공정성에 대한 숙고, 동국대 총장으로 제자들에게 윤리와 배려를 가르친 경력, 그리고 대한체육회 고문을 지내며 맺어온 체육계와의 인연이 김 총재를 이 자리로 이끌었다.

김 총재를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 센터에서 만났다. 김 총재의 역할이 얼핏 보기에 프로농구 수장에 그치는 듯하지만 그와 대담하면서 경륜에서 오는 안목은 농구를 넘어 이 사회를 관통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농구 발전의 기틀을 놓는 것이 김 총재의 책무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공정’이라는 원칙과 서로에 대한 배려, 미래 사회 대비 등에 대한 고민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가올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가 각종 논란 속에 갈등과 반목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공정한 룰을 지키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살아 숨 쉬는 스포츠를 배우라”고 하는 김 총재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KCC 고(故)정상영 회장과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1월에 별세하신 정상영 명예회장님과의 인연으로 KBL 총재직을 맡게 됐다. 정 회장님은 늘 ‘산업보국’을 강조하면서 애국에 바탕을 둔 국가경제를 생각하시는 기업가였다. 특히 그분의 농구 사랑과 지원은 정말 대단하셨는데, 그것도 스포츠의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애국에 기인한 것이다. 정 명예회장님은 KCC가 올해 KBL 총재사(社)를 맡게 된다는 사실을 아신 뒤부터 내게 총재를 맡아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내 공직과 사회활동의 내용을 잘 아시기에 역량과 윤리성을 긍정적으로 보셨던 것 같다. 그분과 함께 농구 중계방송을 보고, 한국농구의 미래를 토론한 경험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40년 농구팬이지만 낯선 자리여서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은 그분의 뜻을 좇아 책임감을 갖게 됐다. 법조계와 정부, 대학 등에서 쌓은 공심(公心)을 바탕으로 헌신한다면 작은 기여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프로농구 발전에 힘쓰겠다.”

김희옥 KBL총재..../2021.10.26 서상배 선임기자

―취임 5개월째다. 프로농구 수장으로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면.

“정말 지난 넉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 현황을 점검하고, 지난 집행부의 주요 정책을 파악하는 데 힘을 쏟았다. 현장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도 들었다. 이를 통해 임기 3년을 관통하는 캐치프레이즈이자 로드맵 ‘리: 바운드 KBL(Re: bound KBL)’도 발표했다. 코로나19 상황을 딛고 상주 컵대회에 이어 신인드래프트 등 주요 행사를 차질 없이 치렀다. 지난달 9일 2021∼2022시즌의 막이 올랐고, 이제는 수도권에서도 관중 입장이 허용됐다. 숨 가쁜 순간을 막 지난 느낌이다. 요즘엔 ‘위드 코로나’ 이후를 생각하면서 10개 구단 홈구장을 둘러보며 프로농구의 역동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프로스포츠는 낯선 분야였을 텐데 어려움은 없나. 현재 현안은 무엇인가.

“어느 분야든 다양한 이해관계 충돌을 조정해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모든 팀이 챔피언을 향해 질주하는 프로스포츠, 더구나 침체에 빠진 종목이라면 더 어렵다. 프로농구는 1997년 출범 이후 프로야구에 견줄 만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지난 2011∼2012시즌(133만3861명)을 정점으로 관중 수가 계속 줄며 10여년간 인기 하락으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인기 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스타 플레이어 발굴이 아닐까 싶다. 다행인 것은 근래 젊은 선수들이 주목받고,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여기에 ‘리: 바운드 KBL’에서 밝힌 경쟁력 강화 정책을 실천하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3년 로드맵인 ‘리: 바운드’을 강조하고 계신다. 그 구체적 내용이 궁금하다.

“‘리: 바운드 KBL’은 프로농구가 지난 10여년에 걸친 침체와 코로나 팬데믹을 벗어나 다시 튀어 오르겠다는 의지를 회복-쇄신-중흥의 3단계 실행계획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완성하려면 신뢰에 기반을 둔 공정한 경기 운영과 투명한 행정, 스포츠맨십에 근거한 도덕성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리그의 공정성 투명성, 윤리성을 특별히 강조했다. 팬들의 관심이 큰 판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수 심판이 충원될 수 있도록 처우를 관리하고 체계적인 교육, 승강제를 통한 실력 상향 평준화 등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김희옥 KBL총재..../2021.10.26 서상배 선임기자

―윤리성과 공정성을 특별히 강조하시는데.

“법조인으로서 날카롭게 부딪치는 이해관계를 법과 원칙에 근거해 조율했던 경험이 분명 큰 도움이 된다. 미국프로농구(NBA) 전·현직 커미셔너인 데이비드 스턴과 애덤 실버도 법조인 출신이다. 스턴은 리그의 윤리성과 공정성 확보를 통해 세계화 초석을 놓았다. KBL도 재미있고 공정한 경기를 펼쳐 팬들의 발길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 ‘리: 바운드 KBL’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3년 임기를 마칠 때 남기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인기와 재정적인 면에서 변곡점, 모멘텀을 만들고 싶다. 인기 하락으로 스폰서 확보 등이 어려워져 재정난을 겪고 이 때문에 팬들에게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구조화된 것 같다. 살아난 인기가 마케팅 활성화로 이어져 재정적인 돌파구가 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경영 합리화를 이루는 등 사심 없는 헌신을 통해 KBL의 만성 적자구조를 멈춰 세우도록 노력하겠다.”

― 농구가 아닌 질문을 해보겠다. 오랜 법조계 생활에 정치도 관여하셨기에 대선을 앞둔 요즘 느끼시는 점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정치에 관여했다기보다는 그 당시 집권여당의 전당대회 전 3개월 동안 공정한 관리를 위해 혁신비대위원장을 한 것이다. 근간에는 스포츠 특히 농구에 집중하고 있으니 그 측면에서 우리 사회를 보고 있다. 게임의 룰을 지키고 패자를 배려하는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주었으면 한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농구 경기에 팬들이 환호하는 것은 룰이 지켜지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살아 숨 쉬기 때문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기본적 인권의 존중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 등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유지·발전시키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김희옥 KBL총재..../2021.10.26 서상배 선임기자

―사회의 원로로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도 있을 텐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고통의 시간은 곧 끝난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더군다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생각 이상의 속도로 급변할 것이다. 기성 세대는 갈등·분열과 분쟁이 아닌 사회와 국가 통합에 전력을 다해야 하고, 젊은이들은 미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신뢰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길렀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약자를 배려하고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건전하고 지속적인 좋은 사회를 형성할 것이라 본다. 이러한 모습은 농구의 스포츠맨십과 스포츠 역사에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김희옥 KBL총재..../2021.10.26 서상배 선임기자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특별한 취미 활동은 있나.

“별다른 취미도 없는 무미건조한 사람이다. 다만 건강은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으로 유지하고 있다. 산행을 즐겼는데 나이 들면서 힘들어져, 근간에는 틈나는 대로 하루 2만보 정도 걷는다. 걷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걷기는 인류 역사를 빛나게 한 큰 도구다.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소요학파가 그리스철학을 완성했고, 공자도 30∼60대까지 춘추 각국을 주유했다. 예수도 광야를 걸어 메시지를 전했으며, 석가모니도 45년이나 길 위에서 그 가르침을 폈다. 소위 ‘길 위에서’ 인류의 문화가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사족을 붙이자면, 보행 등 자연과 교감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생활에 관한 책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나, 리 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 등이 있는데, 나도 걷기에 관해 책을 써볼 구상을 하고 있다.”

 

김희옥 KBL 총재는… ●1948년 경북 청도 출생●경북고, 동국대 법대, 서울대 신문대학원 석사, 동국대 법학박사 ●사시 18회 ●서울 동부지검 검사장 ●법무부 차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동국대 총장 ●정부공직자 윤리위원회 위원장 ●새누리당 비상혁신대책위원회 위원장 ●대한체육회 고문 ●KBL 총재

대담=박태해 문화체육부장, 정리=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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