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동맹국 日·대만 등과 협력 업무 맡아
트럼프 정부선 亞太 전략보고서 작성도
바이든, 대외적 이슈보다 국내정치 치중
기업투자·기술 협력 등 가시적 성과 중요
印太 안보·경제질서 재편에 韓 역할 커져
美, 협의체 통해 동맹국과 네트워크 다져
한반도 비핵화 적절한 정책적 노력 중요
쿼드·오커스 등 장기적 가능성 열어둬야
“북한 문제 정말 중요하죠. 미국 워싱턴이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대만 문제나 공급망 문제처럼 계속해서 다른 중요한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과거 방식대로 북한 문제로만 워싱턴에 접근한다면 워싱턴의 단편적인 부분밖에 볼 수가 없거든요.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이슈를 관리할 필요가 있어요.”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서 첫 한국인 국장으로 활약하는 오미연 국장은 한국 외교와 언론의 관심사가 여전히 북한에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미·중 갈등, 공급망 문제는 물론이고 정치·경제·사회 분야에 중요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또 한국의 적절한 정책적 노력과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오 국장은 하버드대와 존스홉킨스대를 거쳐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중·러관계와 아시아의 에너지 안보 분야를 연구하다 2016년 애틀랜틱카운슬에 합류했다. 그리고 2년 만인 2018년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14일 워싱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에서 오 국장을 만났다. 그는 최근 SAIS에 신설된 ’한국학 프로그램’의 초대 소장 겸 주임교수로 임명돼 애틀랜틱카운슬 국장과 겸직하고 있다. 오 국장에게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및 안보정책 등에 대해 물었다.
―애틀랜틱카운슬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한국을 포함해 미국의 주요 아시아 동맹국인 일본이나 대만, 호주 등과의 협력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을 제외하고는 대개 직접 정부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 전반을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반에 대중국 전략이나 대러시아 전략, 북한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면서 태스크포스가 구성되고 당시 아시아태평양 전략보고서 작성 업무 등을 맡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2017년 12월 개최한 애틀랜틱카운슬 토론회에 렉스 틸러슨 당시 미 국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참석했다. 미국 현직 장관 두 명이 동시에 한국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일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그 토론회에서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첫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전 세계로 보도가 되고,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계기가 됐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도 한·미동맹 관련 연례 포럼을 진행했다.
“국제교류재단과 진행한 이번 포럼은 과학, 기술, 혁신 및 정보 분야에서의 한·미동맹 발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포럼에서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성명서 내용을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가를 주로 논의했다. 한국의 미국 내 기업 투자와 한·미 간 공급망 협력, 한국 신남방 정책과 미국 인도태평양 정책의 접점, 기후변화와 클린 에너지 분야의 협력, 그리고 백신 협력 등에 대해 이틀에 걸쳐 논의했다. 한반도 안보 이슈와 관련해선 킨 모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부차관보가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력한 규탄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대화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해 바이든 행정부를 평가한다면.
“우선 트럼프 행정부 초창기에는 북한 이슈가 매우 중요했다. 지금은 북한 이슈보다 다른 이슈들이 부각되고 있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정치가 굉장히 중요하다. 대선 과정과 지난 3월 발표한 임시 국가안보 전략 지침서에서 ‘중산층을 위한 경제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산층 외교는 공급망 문제와 외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 공장 건설 등을 통한 제조업 부흥 정책까지 연결된다. 외교정책에 대한 선명성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틀리지 않는다. 다만 안보 파트너십 ‘오커스’(AUKUS) 발족을 포함한 전통적 군사외교도 함께 가져가려는 움직임이 있다. 외교정책 전반에서 초석을 다지고 있는 상황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일괄타결 협상 방식 등을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장기적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어떤가.
“현재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 문제보다는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한국 기업의 투자라든가 공급망 확충, 기술 분야 협력 등이다. 북한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우선순위라는 뜻이다. 특히 미국이 재편하려는 인도태평양의 안보 및 경제 질서에 있어 주요 동맹국 중 지금 미국이 추진하려고 하는 공급망 확충, 기술 동맹 등의 정책에서 한국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 이슈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정부가 공을 들이는 종전선언은 어떤가.
“마찬가지로 미국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거치며 대외적으로 ‘약한 행정부’로 비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할 수밖에 없다. 아무 조건 없이 북한과 종전선언을 할 수는 없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성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렇다면 종전선언을 통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단계로서의 종전선언은 미국에 유인이 되지 못한다. 종전선언이 거둘 수 있는 실효가 무엇인지, 종전선언 이후 단계가 무엇인지, 비핵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연결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은.
“미국이 한국에 미·중 간에 누구를 선택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사안별로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겠지만 현재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서 전략성 모호성이라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쿼드’(Quad)나 오커스 등에 당장 가입을 하고 안 하는 문제를 떠나 미국이 다양한 협의체 등을 통해 동맹국 간 네트워크를 거미줄처럼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국은 중국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이런 협의체에 참여를 안 하거나 유보적 입장을 보이면 나중에 가서는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분명하다. 관련 당사국과의 협상이나 이슈에 따라 부분적 협력 등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도 있다.”
―공급망 복원 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복원과 인프라 투자에 중점을 뒀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동맹국 및 협력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조업 기반을 넓혀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주요 기술 산업을 미국으로 가지고 와서 대외의존도를 줄이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동맹국의 힘을 빌려 투자 및 육성을 하는 기술 동맹 등 협의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중요하고 그 움직임 속에서 한국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의 반도체 정보 요구 문제도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사기업을 직접 백악관으로 불러 회의하는 식의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동맹국이자 강대국인 미국이 정보 요구를 하고, 만약 정보를 제출한다고 하면 무엇보다 선례를 남기게 된다. 중국에서의 비즈니스 기반이 큰 회사 같은 경우 중국 정부가 같은 요구를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한·미 정부 간 조율이 사전에 긴밀하게 이뤄지고, 기업이 그 내용을 미리 알고 대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SAIS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이곳은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한국학이 과거 교포 출신들이 공부하는 지역학 수준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다양한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다. 한국학에 접근하는 태도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한국어 수업이나 북한 관련 수업 등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학이란 학문 자체가 크게 변화하는 시기다. 요즘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의 한국의 위치, 한국의 정치와 문화, 소프트파워와 한국의 외교, 사회적 분야를 다루는 수업을 개설하려고 한다. 다음 학기부터 직접 강의를 하고, 전문가들을 초빙하고 세미나 등도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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