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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재판대 오른 ‘피고 김정은’… “北, 지상낙원 거짓말로 속여”

입력 : 2021-10-14 18:45:46 수정 : 2021-10-14 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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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사업’ 피해 日 탈북자 5명 손배訴 첫 재판

방청 희망자 약 100명 몰려 추첨
북측 ‘공시송달’로 소장 전달 간주
원고측 “승소 땐 北자산 압류 검토
인권침해·현재의 피해 재판 자리”
북측은 불참… 2022년 3월 23일 판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피고로 하는 북송사업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재판이 열린 14일 가와사키 에이코씨(앞줄 가운데) 등 원고와 관계자들이 김 위원장에게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채 도쿄지방재판소로 이동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재판 승소 시 일본 내 북한 자산 압류도 고려하겠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피고로 하는 북송사업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이 14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처음 열렸다. 원고 측 후쿠다 겐지(福田健治) 변호사는 오전 재판을 마친 뒤 휴정 때 기자와 만나 승소 시 북한 자산 압류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 자산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현재 없다고 했다.

 

이번 재판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반영한 듯 방청 희망자 약 100명이 몰려 추첨을 통해 42명이 방청했다. 법정 정면의 왼쪽 원고 측에는 재일동포 가와사키 에이코(川崎榮子·79)씨 등 원고 5명과 변호인, 관계자 13명이 자리했다. 피고 측에는 2석씩 2열로 4자리가 준비됐으나 북한 측 참석자는 예상대로 없었다. 북한 측에는 공시송달(당사자 주소 불명 시 법원 게시판 통한 통지)로 소장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한다.

 

원고 측 주장이 메아리 없는 울림으로 엄숙한 법정을 가득 채웠다. 후쿠다 변호사는 법정에서 “오늘은 일본 법률에 따라 처음으로 북한의 인권침해를 심리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고들은) 북한 정부에 속아 북으로 가서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30∼40년간 인권침해를 당했다. 인생을 빼앗겼다”며 “이런 인권침해에 대해 정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송자 9만3000여명 중에는 아직 북한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자손도 남아 있다. 현재 만날 수도 없고 연락마저 방해를 받고 있다”며 “이번 재판은 과거 역사를 다루는 재판이 아니라 현재의 피해를 재판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가와사키씨는 북송과 북한 생활, 탈북 과정을 담담히 증언하다가 손자 이야기에 이르러 흐느껴 울었다. “아주 똑똑한 손자가 있었다. 일본에 있었으면 박사도 했을 것”이라며 “손자가 군대에 갔다. 내가 탈북 후 일본에 돌아간 것을 안 상관이 돈과 물건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가 죽임을 당했다”고 머리를 숙여 어깨를 들썩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가와사키씨 등 원고 5명은 1960∼1970년대 북한에 건너갔다가 2000년대 탈북했다. 이들은 2018년 8월 “지상낙원이라는 선전에 북한으로 갔으며 북한에서 저항하면 탄압하고 출국을 허가하지 않는 등 기본적 인권을 억압당했다”며 총 5억엔(약 5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국제관습법인 주권면제(주권국가가 다른 나라 재판의 피고가 될 수 없음) 적용 여부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후쿠다 변호사는 “이번 재판은 주권면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피고인 북한 측 불참으로 심리는 이날 1회로 종료됐으며 판결은 내년 3월23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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