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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김만배 구속영장 청구…수사 속도 끌어올린 까닭은?

입력 : 2021-10-13 07:00:00 수정 : 2021-10-12 19: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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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이 사건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주문
대선 정국 복잡한 여론 지형 속에서도 지체 없이
사건 실체 규명해야 한다는 공감대 넓혀줘
검찰이 속도전 나선 배경인 듯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해 12일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 속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검찰이 외견상 수사 절차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인 김씨의 신병 확보에 발빠르게 나선 데에는 그가 첫 조사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석연치 않은 해명 태도를 보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이 사건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면서 대선 정국의 복잡한 여론 지형 속에서도 지체 없이 사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혀준 점도 검찰이 속도전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김씨는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이날 새벽 1시께 귀가했다. 첫 조사를 한 지 하루도 채 안 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김씨가 소환 불응 등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데다 조사할 분량이 방대한 점에 비춰 몇차례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신병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검찰은 구속수사 카드를 선택했다.

 

여기에는 검찰이 이미 확보한 범죄 단서가 적지 않은데도 김씨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이달 초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측근 정민용 변호사의 자술서 등에는 김씨의 로비·횡령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씨 등이 정치인과 법조인, 성남도개공 등에 로비 명목으로 350억원을 사용했으며,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원을, 의원에게 20억원을 전달한 정황 등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변호사가 지난 9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제출한 자술서에도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 씨에게 700억 원을 받기로 합의했으며, 천화동인 1호가 자신의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증거와 단서에도 김씨는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정영학 회계사가 녹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일부러 허위 사실을 이야기했다'는 등 설득력이 부족한 해명을 내놓거나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 관련 해명을 여러 차례 번복하는 등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점에 비춰 김씨에게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다고 판단,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신속하게 규명할 필요성이 커진 점도 검찰의 결정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이 의혹에 대해 첫 입장을 내고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한 점은 검찰의 영장청구 결정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입장차를 낳고 있는 이번 수사에서 신속한 결론을 주문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검찰로선 부담을 다소 덜어내고 수사에 속도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차기 대선을 5개월 가량 앞둔 시점에서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빠르게 파헤치기 위해서는 김씨의 신병 확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한 검찰이 김씨의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면서, 남은 수사는 특혜 개발을 지시한 '윗선' 여부 규명과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이들에 대한 규명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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