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檢 ‘대장동 의혹’ 수사 꼬리 자르기로 끝날 땐 큰 역풍 불 것” [세상을 보는 창]

입력 : 2021-10-13 06:00:00 수정 : 2021-10-12 21:16:1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김종민 변호사

김만배·유동규 등 분배다툼 본류 아냐
사건 시발점은 승인해준 이재명 결재
‘권력형 부패 게이트’ 이론의 여지 없어

檢, 성남시 압수수색 안 하는 건 이례적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려는 의심 들어
부진한 수사 땐 특검 요구만 더 커질 것

野 ‘대장동 의혹’에 존재감 없어 실망
근본적 고민 없고 선거공약에도 없어
정권교체 여론 높지만 비전 제시 못해

현 정부 언론중재법은 민주주의 파괴
비판 언론에 재갈 물리려는 의도 명백
가짜뉴스 폐해 많지만 선 넘지 말아야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에다 전직 고위 법조인까지 얽히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냈고 문재인정부 초기 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종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권력형 부패 게이트’로 규정했다. 대장동 의혹을 최초 보도한 지역신문 기자 변론도 맡았다. 야권의 무능함도 질타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넘었지만,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이 정체된 것은 국민에게 비전을 주지 못해서라고 했다. 오지랖이 넓어서인지 정작 사건 수임은 뒷전이다. 인건비와 임차료라도 아끼려 서초동 법조타운이 아닌 서래마을 인근에서 직원 없이 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그를 지난 5일 만났다.

―대장동 의혹을 어떻게 봐야 하나.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권력형 부패 게이트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시발점은 터무니없는 분배구조를 승인해준 이재명 경기지사(당시 성남시장)의 결재 부분이다. 김만배, 유동규, 남욱 등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분배 다툼은 본류가 아니다. 돈뭉치들이 특정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누가 설계했고, 이를 알면서도 승인해준 성남시장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다. 성남시가 관여된 게 중요하다.”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건가.

“이번 사달의 발단이 된 성남시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지지 않았다. 주주 간 협약서에 대한 임의제출도 없었다. 검찰 출신이 보면 이례적이다. 사건의 실체를 유동규, 김만배, 남욱 등 이런 사람들의 개인적인 일탈로 꼬리 자르기 하려는 건 아닌가 의심된다. 김만배가 대출한 자금 473억원의 행방을 두루두루 규명해야 실체와 몸통이 드러날 것이다.”

김종민 변호사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꼬리자르기’로 끝나면 더 큰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며 “조직의 명운을 걸고 결연한 각오로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문 기자

―수사팀의 정권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은 건 당연하다. 수사 ABC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유동규의 휴대전화를 경찰이 하루 만에 확보했다. 부실·은폐 수사는 수사팀에 대한 문책을 넘어 특검 요구 목소리만 높아질 것이다. 또 현 정부가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논란이 재연될지도 모른다. 결연한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전직 대법관, 검찰총장 등이 등장하면서 ‘법조 게이트’란 말까지 나온다.

“고문 명단에 고위 법조인 출신 이름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고문단 규모만 30여명에 이른다는 얘기가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조국사태 때 검찰이 제도적으로 많이 망가졌다. 이번 고문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검찰 제도가 부정되고, 시스템이 붕괴할 당시 왜 침묵하고 있었나. 그런 사람들이 대장동 업체로부터 거액의 고문료를 받는 상반된 모습을 국민은 어떻게 판단할까. 엘리트들의 민낯이다. 법조인 출신으로 자괴감을 느낀다.”

―과거 검찰의 잘못이 현 정부의 ‘검수완박’ 빌미를 제공한 건 아닌가.

“인정할 부분이 분명 있다. 다만 검찰개혁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을 위해서는 독립성과 책임의 조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너무 방대하다. 여당 국회의원이 검찰 인사권을 행사한다. 이런 구조에서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프랑스의 검찰사법제도를 참고할 만하다. 2차대전 당시 프랑스, 독일 등도 우리와 같은 문제가 있었다. 프랑스는 헌법을 개정해 최고사법평의회를 만들어 판검사의 인사와 징계에 관여한다. 2013년에는 국가금융경찰을 만들어 일반적 사건은 신속 간이절차로 빨리 처리하되, 경제 수사·거대부패 수사 등에 수사 역량을 집중한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제한은 잘못됐다는 건가.

“그렇다. 바람직한 건 경찰이 직접 수사하고, 검찰은 지휘통제를 하는 것이다. 검찰의 준사법기관성을 회복하고 강화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제2, 제3의 대장동 사태가 터질 것이다. 대장동만 봐도 중앙에서 갖고 있는 걸 지방분권 차원에서 지자체로 이관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수사기소권 분리는 엉터리 이론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사건 형사사법 시스템이 엉망이 됐다. 일반 고소 사건 수사도 제대로 안 되면서 범죄자들의 천국이 돼버렸다. 1조5000억원 피해를 끼친 라임사건을 봐라. 금융당국이 은행 팔을 비틀어 원금을 보장해주라고 했다. 정작 거액을 꿀꺽한 사람들은 흔적도 없다. 현 정부 검찰개혁의 성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어떻게 봐야 하나.

“공수처 출범 6개월 동안 아무것도 내놓은 게 없다.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허구라는 걸 증명한 것이다. 형사사법의 목적에 대한 개념부터 없었다. 형사사법은 범죄로부터 효과적인 사회 방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공수처를 상수로 놓고 곳곳의 손발을 묶어놓다 보니 형사사법 시스템이 마비됐다. 오히려 거대권력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현 정부가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0년 만들어졌다가 87년 민주화로 사라진 언론기본법을 봐라. 당시 조문과 지금의 언론중재법 조문이 너무 유사하다.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를 수용하는 대신 소수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소수자 권리를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다.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려 다른 언론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대장동 의혹을 처음 보도한 지역신문 기자 변론을 맡았다고 들었다.

“소송기일이 다 됐는데 변호사를 구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무료변론은 아니고, 최소한의 실비만 받기로 했다. 첫 보도 나온 후 경기도 대변인실에서 기사 내리라고 압력이 들어왔다고 한다. 반론보도문을 내주겠다고 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화천대유 측이) 2억원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사무실까지 찾아가 관계자를 만나 충분히 취재하고 보도했는데도 소송을 제기했다. 가짜뉴스 폐해가 많다지만 이건 선을 넘었다. 권력자의 부패·비리에 대한 언론의 감시라는 민주주의 큰 축이 무너진다.”

―언론중재법의 위험성은 뭔가.

“징벌적 손해배상보다 고위중과실 추정 규정이 더 큰 문제다. 의료 등 많은 분야에서도 입증책임 전환 규정을 요구하는데도 입법이 안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반 민사소송에서 인정 안 하는 걸 굳이 언론에 적용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특정 기사에 대해 악의적 가짜뉴스라는 딱지를 붙이고 즉시 삭제명령까지 내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전 세계 어느 곳에도 그런 사례는 없다. 그런데도 여당은 180석을 앞세워 압박하고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적 합의는 외면하고 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야당은 잘하고 있나.

“대장동 사태에서 존재감 없는 야당을 보면 너무 실망스럽다. (수사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은 당연하겠지만 야권 주자들이 반부패 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한마디도 없다. 왜 대장동 사태가 생겼는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부패와 고위 법조인의 일탈 문제 등에 대한 고민도 없고, 선거공약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절반을 넘고 있지만, 야당에 대한 지지율은 여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국민조차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야권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노총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도한 노조 편들기라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나.

“문재인정부 모토는 노동존중사회다. 그래도 민노총 문제는 국민이 용인할 수준을 넘었다. 민노총 자체가 비민노총에 대한 우월적 기구가 됐다. 대학 시절 노동법 수업에서 미국노동법의 역사는 ‘밸런스 오브 바게닝 파워’라는 말이 생각난다. 교섭권은 균형이 맞아야 한다. 당진 현대제철 점거농성과 파리바게뜨 사태처럼 정치단체화한 민노총을 더는 좌시해선 안 된다. 불법 폭력 파업은 공권력을 동원해 엄단해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