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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측 “경선불복 아니다” 선 그었지만… 무효표 논란에 멀어지는 ‘원팀’

입력 : 2021-10-12 06:00:00 수정 : 2021-10-12 08: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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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결선투표는 불가’ 강경 기류
낙측, 반발 수위 상승… 소송전 비화 우려도

명측, 文 메시지 내세우며 승복 요구
낙측 “靑 형식적 수준서 논평” 일축
논란 심화에 명·낙 만남 쉽지 않을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포토타임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내년 3월 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내 ‘원팀’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낙연 전 당 대표 측이 11일 ‘무효표 논란’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 결선 투표를 공개 요구하면서 당이 또다시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는 ‘결선 투표 불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송영길 대표가 이날 이 전 대표의 이의 신청과 관련해 “우리 당은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다”고 재확인한 것 역시 결선 투표에 대한 사실상 거부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불복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선거의 정통성’과 ‘부정선거‘라는 언급이 나오는 등 반발 수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현 단계에서 법적 대응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일차적으로 당 시스템을 통한 해결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경선 불가’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측 한 의원은 기자와 만나 전날 경선 결과 발표에 대해 “공정성을 해친 결과다. 납득이 되어야 먼저 승복이고 원팀이 있는 것이지, 납득이 안 되는데 원팀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라고 성토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외부 일정 없이 서울 종로구 자택에 칩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만간 당무위원회를 열고 이재명 후보의 대선 후보 선출을 보고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 측 당무위원들이 결선 투표를 요구하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기세도 심상치 않다. 이 전 대표 지지자 200여명은 전날 경선 결과 발표 뒤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사사오입 당 선관위는 물러가라, 송영길은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지지자들은 이날도 당사 앞에서 “특정 후보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아전인수 격 해석”이라며 ‘민주당 경선 사사오입 철회 촉구’ 집회를 이어나갔다. ‘대장동 특혜 의혹’ 연루설이 제기되고 있는 이 후보가 향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날 발표된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28.3%)에서와 같은 낮은 지지세를 보이게 될 경우 이 전 대표 지지자를 중심으로 ‘후보 교체론’이 더욱 강하게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표 측의 이의 제기는 이를 고려한 ‘명분 쌓기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후보 측에선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경선 결과 발표 직후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됐다”며 탈락 후보들을 향해 “앞으로도 함께 노력해주시리라 믿는다”고 한 메시지에 의미를 부여하며 ‘결과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도 경선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된 부분에 대해 특별히 언급했고, 과정을 봐도 절차에 위배됐다든지 하는 것이 없었다. 승복해주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가운데)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그러나 이 전 대표 측 윤영찬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그냥 형식적인 수준에서 논평을 낸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일축했다. 청와대는 민주당에서 공식 절차를 통해 결선 투표 결정 등을 하지 않는 한 지금의 투표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을 앞두고 자칫 경선불복 논란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의 분열이 심화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꼽히는 ‘원팀’ 구성을 위해 조만간 이 전 대표와 직접 만나겠다는 의향을 밝힌 상태다. 이 후보는 이날 당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내가 1번 공격수 역할을 맡게 됐지만, 골키퍼와 윙, 미드필더가 다 중요한 이것이 바로 팀전”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모두가 함께 흔쾌히 경기에 나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경선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원로이신 만큼 제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이 전 대표를) 찾아뵙고 조언을 듣고, 민주당이 승리하는 길에 어떤 게 도움이 될지 같이 의논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의 ‘무효표 논란’이 ‘경선 불복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두 사람의 만남 시기가 예상보다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캠프 홍영표 공동선대위원장 등 소속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지도부의 경선 결과 발표는 명백히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지도부는 즉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당헌·당규 위반을 바로잡는 절차를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후보자 사퇴 시 해당후보 득표 무효 처리”… 이낙연 당대표 선출 2020년 전대 때 통과 규정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둘러싼 ‘무효표’ 논란의 근거 조항은 지난해 8월29일 제정된 특별당규(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규정)다. 이해찬 전 대표 때 만들어져 이낙연 전 대표가 선출되던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전 당원 투표를 거쳐 통과됐다.

 

특별당규 제59조1항은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사퇴한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무효이고, 사퇴하지 않은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유효투표”라고 주장한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9월13일)와 김두관 의원(9월27일)의 후보 사퇴일 이전에 이들이 득표한 것은 사퇴하지 않은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기 때문에 유효투표라는 취지다.이어 당선인 결정 방식을 규정한 특별당규 60조1항은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 투표에서 공표된 개표결과를 단순합산하여 유효투표수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사퇴일 이전에 정 후보와 김 후보에게 투표한 표는 이미 순회경선에서 선관위가 개표결과 발표 때 유효투표로 공표한 것”이라고 했다. 개표결과 발표 후에 후보자가 사퇴했다고 해서 이를 소급해 무효로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중앙당 선관위는 지난달 15일 정 전 총리의 경선 중도하차로 발생한 무효표 논란 당시 특별당규 59조에서 사퇴한 후보자의 득표는 ‘무효표’로 처리하기 때문에 60조에서 규정한 ‘유효 투표수’ 계산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한 차례 내린 바 있다.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내에서 같은 논란이 일었다. 해당 규정이 당시 당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후보가 결선투표 없이 순회경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한 편파적인 조항이라는 다른 후보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일부 후보 측은 “과반 득표자를 내 민주당 주자의 대표성을 주자고 도입한 결선투표의 취지를 백지화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당시 문 후보가 누적득표율 56%를 넘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고, 중도 사퇴한 후보도 없었기 때문에 이 문제가 크게 쟁점화되지는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지역 경선 및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경쟁 후보들 및 당 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 “당심과 민심의 괴리 보여준 것”

 

11일 정치 평론가와 교수들은 전날 더불어민주당의 마지막 3차 국민선거인단(국민·일반당원) 투표 결과를 두고 대체로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명 후보는 그간 권리당원·대의원 투표와 1,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굳건한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인했지만, 당색이 가장 ‘옅은’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7만441표(28.3%)라는 충격적 결과를 맞닥뜨렸다. 15만5220표(62.37%)를 얻은 이낙연 전 대표에 큰 격차로 뒤졌다.

 

명지대 신율 교수(정치외교학과)는 3차 선거인단 구성원에 주목했다. 신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당심과 민심이 어긋났다는 점이 이번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국민·일반당원 투표는 당내 선거에서 가장 민심에 가까운 층”이라고 설명했다. 3차 선거인단 구성원은 대체로 관망층이거나 중도층, 무당층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7월부터 선거인단을 모집해 왔는데 3차 선거인단은 본경선 기간 중이던 지난달 1일부터 14일까지 모집됐다. 신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서는 당심이 민심을 쫓아가야 한다”며 “민주당 후보가 된다고 대통령이 되는 국면이 결코 아니다. 당 지도부도 고민이 많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심은 ‘이재명 대세론’을 고수했지만, 민심은 이 후보에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셈이다. 결국 ‘불안한 후보 이재명’에는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캠프에서도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응을 점검하고, 민심 이반에 따른 새로운 대응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는 “민심이 뒤늦게 반영된 것”이라며 “실제에 가까운 민심을 확인한 만큼, 당 지도부로서는 당심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지가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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