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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사청, 3년간 2000억 소송배상금… 전력증강 예산으로 ‘땜질’

입력 : 2021-10-11 17:48:54 수정 : 2021-10-11 19: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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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예산전용 도마에

5년간 물품대금청구訴 54건 최다
사업 예산운용 효율성 저해 우려
정교한 예산편성 등 지적 목소리
정부과천청사 방위사업청 현판. 세계일보 자료사진

방위사업청이 지난 3년간 지출한 소송배상금이 2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배상금액을 메우기 위해 다른 방위력 개선 사업 예산을 활용하는 ‘땜질 전용’이 반복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방사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방사청의 소송배상금 지급액은 2018년 170억8100만원, 2019년 709억7400만원, 2020년 1066억1800만원으로 해마다 수백억원씩 증가했다. 지난해엔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3년간 지출액이 1946억7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소송 건수는 2018년 25건, 2019년 29건, 2020년 26건이었으며 이 중 패소 건수는 각기 11건, 16건, 12건이었다.

소송유형별로 살펴보면 물품대금청구소송이 지난 5년간 54건으로 가장 많았고, 패소 건수 역시 28건에 달했다. 물품대금지급청구소송은 분쟁이 발생하면 거액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방사청의 소송배상금이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방사청이 해마다 소송배상금 부족분을 다른 사업 예산에서 끌어다 쓰고 있다는 점이다. 방사청은 2019년까지 소송배상금 예산을 해마다 1000만원씩만 편성하고 타 사업 예산에서 이·전용해 메꿔왔다. 규모가 커지자 지난해엔 319억29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소송배상금도 큰 폭으로 늘어 746억8900만원을 다른 사업 예산에서 충당했다. 예산을 가져온 사업에는 울산급 배치-Ⅱ(144억6500만원), 지상전술C41체계 2차 성능개량(412억3300만원), TA-50 블록2(87억6700만원) 관련 사업 등이 포함됐다.

규정상 예산 이·전용은 문제가 없다는 게 방사청의 입장이다. 예산을 뺀 사업들도 미집행액, 불용예상액, 집행잔액 등을 활용한 것이므로 진행에는 차질이 없다고 해명했다. 방사청의 주장대로 당장 사업 차질이 없더라도 이처럼 다른 사업 재원을 대규모로 조정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면 전체 사업의 예산운용 효율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방사청은 매년 소송배상금 소요에 관한 체계적인 추계 없이 직전 3년간 집행실적을 평균한 금액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명희 의원은 “자신들의 업무적 책임의 결과를 지불하기 위해 다른 사업의 예산을 수백억, 수천억씩 마음대로 빼서 메꾸는 관행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심히 침해하는 것”이라며 “소송배상금 소요에 관한 추계를 정교히 수행해 타 사업 예산을 이·전용하는 사례를 줄이는 한편, 소송 승소율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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