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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정이만 남아"… 전북 농민들 재해지역 선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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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11 02:00:00 수정 : 2021-10-10 19: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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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기를 맞은 전북지역 논벼에 병충해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수확량이 최고 절반가량 급감하는 피해가 발생하자 농민들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올해 벼 피해 원인이 가을 들어 뒤늦게 집중된 태풍과 장마 등 기상이변에 있는 만큼 재해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며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었다.

 

10일 전북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최근 각 지역 농가가 벼 추수에 돌입했으나, 수확량이 예년보다 최고 절반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안군 계화면에서 벼 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벼 추수기 때 예상하지 못한 병충해가 기승을 부려 벼 잎 등이 붉게 변하면서 낱알이 하얗게 변해 고사하고 있다”며 “수확한 벼의 절반은 쭉정이가 차지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임시로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전북 벼 재배면적의 43%가 병충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며 “하지만 아직 수확하지 않은 곳이 많아 피해면적은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병해충 피해 원인으로 올가을 뒤늦게 찾아온 장마를 꼽았다. 잦은 비로 고온 다습한 날이 많다 보니 목도열병과 잎도열병, 세균성 벼알마름병, 흰빛잎마름병 등이 잇달아 발생해 대부분 논으로 확산했다는 설명이다. 일대 농민들은 “벼 출수 전·후기로 항공드론과 광역살포기로 여러 차례 방제했으나, 잦은 비로 농약이 씻기는 바람에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농업경영인 전북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 전북연합회는 지난달 28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충해 피해 지역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조사와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전북도 농업기술원이 최근 병충해 피해를 임시 조사한 결과 도내 전체 벼 재배 면적 11만2875㏊ 가운데 5만2425㏊(46%)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충해는 이삭도열병이 3만5286㏊(31.3%)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세균벼알마름병 9611㏊(8.5%), 깨씨무늬병 7527㏊(6.7%) 순이었다.

 

피해는 주로 신동진벼에서 발생해 이를 다량 재배한 김제(1만532㏊)와 정읍(6102㏊), 고창(5960㏊), 군산(5859㏊) 등 서남부권에 대거 집중됐다. 이 지역은 농가들이 최근 벼를 추수한 결과 수확량이 최고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에서 생산하는 쌀의 64%는 도열병에 강한 ‘신동진’ 품종이다.

 

병해충 피해로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된 농심은 결국 분노로 돌변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은 지난 8일 부안군 행안면 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락 등숙기인 8∼9월에 때늦은 장맛비로 온갖 병충해가 창궐해 벼 농사를 망쳤다”며 “이는 명백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이므로 정부와 전북도가 하루속히 재해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응한 수확기 쌀 수급 안정 대책을 세우고, 기후 변화 시나리오와 연계한 품종 개발·대체작목 발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어 정부가 지자체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수확을 코앞에 둔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었다.

 

이대종 전농 전북도연맹 의장은 “콤바인이 들어가야 할 곳에 트랙터가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농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전북도는 “현재 병해충 피해 규모 등 현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농가 지원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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