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수사팀의 불찰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8일 내놓은 입장문이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 및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경찰이 찾아냈다는 소식에 검찰이 낸 입장이다.
경찰이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기를 확보했다는데 왜 검찰이 송구스럽다고 했을까. 유 전 본부장 주거지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부실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유 전 본부장이 머물던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당시 언론사가 오피스텔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직전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버렸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오보”라고 발끈했다. “주거지 내외부 CCTV를 확인한 결과 압수수색 전후로 창문이 열린 사실이 없었다”는 게 검찰 입장이었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가 경찰에 확보됐다. 경찰이 오피스텔 주변 CCTV 분석을 통해 휴대전화기가 건물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확인하고 이를 주워간 시민을 특정해 확보한 것이다. ‘내외부 CCTV를 확인했다’는 검찰 반박을 무색하게 한다.

디지털 시대에 휴대전화 압수는 ‘수사 ABC’의 ‘A’다. 수사 대상자의 동선과 통화목록 등 수사 단서의 보고다. 검찰은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피의자나 참고인의 휴대전화를 지나칠 정도로 파헤치는 일이 많다. 지난해 7월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한동훈 검사장에게 몸을 날린 것도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검찰이 찾지 못한 휴대전화를 경찰이 확보했으니 검찰로선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다. 결국 검찰에 수사력이 없든지, 수사의지가 부족하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휴대전화 실종사건’이 해결된 건 검경 수사권 조정의 덕이다. 이번 사건을 검찰만 수사했더라면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확보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은 경찰도 검찰에 뒤지지 않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수사에 매달리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을 통해 시험대에 서 있다. 휴대전화 하나 확보하지 못한 검찰에 수사의지까지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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