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자국민 안전·여성 권리 요구한 듯

올해 8월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이후 탈레반과 미국이 테이블에 처음 마주 앉았다. 이번 만남에서 탈레반이 미국에 경제제재의 해제를 요청함에 따라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프간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미국과 탈레반의 고위급 대표단은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이틀간 대면 회담에 들어갔다. 아미르 칸 무타키 아프간 외교부 장관은 “인도주의적 지원과 지난해 맺은 평화협정 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미국에 아프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 해제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아프간 중앙은행이 연방준비제도(연준) 등에 예치한 자산 90억달러(약 10조7640억원)를 동결한 상태다. 탈레반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무타키 장관은 “미국이 아프간인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회담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아프간 지원, 자국민 등의 안전한 대피를 논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탈레반에 “포괄적 정부를 구성하고 여성과 소수 민족의 권리를 존중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이번 회담은 (탈레반 정권) 인정이나 합법성에 대한 것이 아니다”며 “탈레반은 스스로 행동을 통해 합법성을 얻어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탈레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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