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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뜯어먹은 기차산 해골바위 올라 완주를 보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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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09 11:17:33 수정 : 2021-10-09 11: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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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매력 ‘완주의 명소’ 완주해볼까/유격훈련하듯 기차산 오르면 기묘한 해골바위 ‘으스스’/벌집 모양 풍화혈 자연이 빚은 걸작/입 구멍에 누워 잠시 ‘서늘한 쉼’/고산자연휴양림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위봉폭포 장쾌한 물줄기에 가슴이 ‘뻥’/BTS 성지로 뜬 위봉산성 아치형 석문위에서 ‘한컷’

기차산 해골바위

 

신기하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영락없는 해골. 눈 두 개와 콧구멍 두 개 그리고 커다란 입까지, 보기만 해도 으스스하다. 마을 이장은 어릴 때 매일 놀던 바위란다. 아무렇지도 않게 날다람쥐처럼 암벽 등반을 하더니 순식간에 동굴처럼 뚫린 해골 입으로 쑥 기어들어가 침대인 양 두 팔, 두 다리 쭉 펴고 눕는다. 그제야 가늠되는 바위 구멍의 놀라운 크기. 자연이 빚은 신비한 작품, 기차산 해골바위 정상까지 헉헉대며 완주하니 완주 풍경이 시원하다.

기차산 등산로

 

 

기차산 등산로
삿갓바위

#용이 뜯어먹은 기차산 해골바위 가보셨나요

 

해골바위 만나러 가는 여행은 전북 완주 동상면 신월리 구수마을에서 시작한다. 뒷짐 지고 나오는 이장 어른 패션의 하이라이트는 고무장화. 산에 오르는 데 등산화도, 운동화도 아니고 장화라니. 뒷동산 가는 것처럼 편안한 차림으로 느릿느릿 등산로를 오르며 따라오라 손짓하는 그를 보니 어려운 산행은 아닌가보다. 올라갈 때는 한 시간 내려올 때는 30분이면 충분하단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570m가량 걸으면 이정표가 나오고 길이 갈린다. 왼쪽은 해골바위, 오른쪽은 기차산 정상인 해발고도 738m 장군봉으로 이어진다. 최고봉인 장군봉은 거대하고 뾰족한 암릉이 우뚝 솟아 있고 주변으로 크고 작은 바위가 많은 전형적인 바위산. 바위 구간이 많아 넉넉히 5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기차산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등산객들이 매우 가파른 장군봉에 오르려고 줄줄이 밧줄에 매달려 이동하는 모습이 기차를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또 하나. 기차산에 육군 공수여단의 유격훈련장이 있는데 훈련을 받는 군인들이 줄지어 가파른 산을 뛰어오르는 모습이 기차 같단다. 장군봉에 오르려면 각오를 해야 하니 오늘은 해골바위까지만 가야겠다.

 

기차산 등산로 맑은 소

 

가파른 기차산 등산로

 

가파른 기차산 등산로

 

그런데 이장은 개울을 건너더니 자신만 아는 가운데 샛길로 들어선다. 지름길이란다. 계곡을 따라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자 울창한 숲이 햇빛을 모두 가린다. 시원한 파열음을 내며 쏟아져 내려가는 계곡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곳곳에 계곡물이 고이며 선녀탕 같은 깊고 맑은 소를 만들어 놓아 풍덩 뛰어들고 싶은 유혹을 참기 힘들다. 행여 쓰러질까 나무로 받쳐놓은 거대한 삿갓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계곡을 따라 등장하는 풍경을 즐기며 산을 오르자 넓은 공간이 등장한다. 유격훈련하던 군인들이 쉬어가던 곳이란다. 유격훈련이라니.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하며 이장을 따라나선 산길은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흉악한 얼굴로 돌변한다. 유격훈련 맞다. 바위에 박은 철심에 발을 가까스로 디디며 밧줄을 잡고 오르는 급경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속았다. 밧줄 잡은 손바닥이 살짝 벗겨지며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줄줄 흐른다. 그런데 이장 어르신은 고무장화 신고도 잽싸게 정상을 향해 줄달음친다.

 

해골바위에 오르는 마을 이장

 

해골바위 꼭대기

한 시간은 절대 아니고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헉헉대며 겨우 정상에 서자 거대한 해골바위가 압도한다. 보면 볼수록 기묘하다. 입처럼 생긴 동굴은 어른 두명이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겁 없는 이들은 콧구멍과 눈구멍까지도 올라가는데 이장은 겁이 많아 입까지만 들어가 봤다며 엄살을 떤다. 크고 작은 구멍이 뚫린 해골바위는 타포니 지형.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바위의 약한 부분이 둥그런 모양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이런 벌집 모양의 풍화혈을 만들어 놓았다니 자연이 빚은 걸작이다. 마을 사람들은 해골바위 대신 ‘용 뜯어 먹은 바우’라 부른단다. 하산이 더 힘들다. 무릎에 엄청난 압박이 가해지니 각오 단단히 해야 한다. 오르는 길에 본 선녀탕에 참지 못하고 풍덩 뛰어들었다. 얼음장 같은 물속에 누우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고산자연휴양림 무궁화테마공원

 

고산자연휴양림 일일초

#고산자연휴양림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전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는 어린시절 추억을 돋게 만들지만 순수하던 무궁화 게임을 공포로 만들어 버렸다. 진짜 무궁화꽃 보러 고산면 고산자연휴양림으로 길을 잡는다. 사계절 아름다운 곳이다. 낙엽송,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이 빽빽하고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언택트로 힐링하기 좋다. 봄에는 철쭉과 벚꽃이 만발하고 여름 야생화는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과 예쁘게 어우러진다. 붉은 양탄자를 펼쳐놓은 듯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이 압권이다. 흰눈 소복하게 덮이는 겨울은 낭만으로 칠해진다. 휴양림 입구 고산문화공원으로 들어서니 무궁화테마공원에 여리여리한 연분홍과 순수한 하얀색 무궁화 한가득 피었다. 설단심, 이원화립, 한누리 등등 무궁화 품종이 이렇게 다양했구나. 운치 있는 정자까지 어우러지니 수채화가 따로 없다.

 

고산자연휴양림 계곡

 

고산자연휴양림 등나무길

무궁화전시관, 만경강 수생생물체험과학관, 무궁화천문대까지 갖춰 아이들 생태학습하기도 좋아 보인다. 바로 옆에는 빨갛고 하얀꽃 활짝 핀 일일초 꽃밭이 화사하다. 청초한 소녀의 해맑은 미소를 닮은 일일초 꽃말은 ‘즐거운 추억’과 ‘우정’. 오솔길을 따라 팔짱을 끼고 걷는 모녀, 손을 맞잡은 다정한 연인들은 즐거운 추억 남겼는지 얼굴빛이 꽃 같다. 개울을 가로지는 다리와 등나무길 등 계곡을 따라 다양한 산책로가 이어져 천천히 걸으며 마음에 쉼표를 찍는다. 휴양관, 숲 속의 집에서 하룻밤 묶어 갈수 있고 오토캠피장에 캐러밴도 설치돼 쏟아지는 별을 온몸으로 즐기며 낭만적인 캠핑도 즐길 수 있다.

 

위봉폭포 가는 길

 

위봉폭포 상단

 

#스트레스 한방에 날리는 장쾌한 위봉폭포

 

소양면 위봉길로 접어들면 완주를 대표하는 3형제 여행지를 한꺼번에 만난다. 위봉폭포, 위봉사, 위봉산성이다. 위봉폭포는 송광수만로 도로가의 계단을 따라 10여분 거리여서 접근성이 뛰어나다. 도로에서도 산허리를 가르며 내려가는 폭포의 물줄기가 또렷하게 보인다. 하지만 높이 60m에 달하는 2단 폭포 중 아랫부분은 도로에서 보이지 않고 계단 끝까지 가야 만난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점점 커지는 물줄기 소리. 폭포 아래 서자 귀가 찢어질 듯 엄청난 파열음을 내며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푸른 소로 쏟아져 내리는 장쾌한 폭포수가 인간을 작게 만들어 버린다. 얼마 전 비가 내린 덕분에 위봉폭포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하니 운이 참 좋다.

 

위봉폭포 하단

 

 

위봉폭포 하단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까지 어우러지는 비경은 한눈에 반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판소리 8대 명창으로서 정조와 순조 때 활약한 권삼득 선생이 바로 이곳에 수련하면서 득음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나도 노래 좀 한다는 소리 들으니 힘차게 소리 내 불러본다. 하지만 폭포 소리에 묻혀 들릴 듯 말 듯, 개미 소리만 하다. 이 폭포 소리를 뚫고 나와야만 득음의 경지에 이르겠지. 명창이 폭포 옆에서 노래 한자락 들려주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위봉사 전경 위봉사

 

 

광명보전과 배롱나무

 

 

광명보전 원숭이 조각

 

 

위봉사는 폭포에서 차로 5분 거리. 위봉산 자락을 거느린 위봉사 일주문과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자 보광명전 앞에 운치 있게 휘어지며 가지를 뻗은 거대한 소나무 한 그루가 여행자를 맞는다. 커다란 배롱나무는 자홍색 꽃을 활짝 피어 녹색의 소나무와 묘하게 어우러진다. 창건연대가 정확지 않지만 604년(무왕 5)에 서암대사가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위봉사는 비구니 도량으로, 과장이나 허세가 없는 절제미가 돋보인다.

 

위봉산성

 

위봉산성

위봉산성은 빌보드 차트를 휩쓰는 인기그룹 BTS가 다녀간 이후로 입구에 ‘완주 BTS 힐링 성지’라는 안내판이 세워질 정도로 팬들의 성지가 됐다. 1675년(숙종 1)에 7년에 거쳐 쌓은 포곡식 산성으로 전라감사 권재윤이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에 있는 태조 영정, 조경묘의 시조 위패를 옮겨 봉안하기 위해 전주 근처의 험한 지형을 골라 축조한 성이다. 원래 폭 3m, 높이 4∼5m, 둘레 16km 규모로 동·서·북 성문 3개, 암문 8개가 있었지만 현재는 전주로 통하는 서문이 유일하고, 이마저도 문 위에 있던 3칸 문루는 붕괴돼 사라졌다. 현재는 높이 3m, 폭 3m의 아치형 석문만 남아있는데, 아치 위에 올라가면 하늘을 배경으로 걷는 근사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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