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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피고인 “날 살인범으로 확정하고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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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06 18:15:14 수정 : 2021-10-06 18: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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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과장” 국민참여재판 신청
범행 입증·공소시효 쟁점될 듯

22년 전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피고인이 법정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입증할 증거와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는 6일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사진·55)씨에 대한 공판 준비 기일을 진행했다.

 

공판 준비 기일은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증거 채택 등 입증 계획을 정하는 절차다.

 

앞서 피고인 김씨가 ‘국민참여재판(이하 국참) 의사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검찰도 수용했지만, 실제 열릴지는 미지수다.

 

검찰과 김씨가 요청한 증인이 20명 가까이 되고 방대한 사건 기록과 검찰이 제시한 증거 목록만 160번까지 있어 정해진 기일 안에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일마다 배심원들의 참여도 불투명한 데다 재판과정에서 나온 비밀유지 보장도 담보하기 어려워 재판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가 국참 진행에 앞서 공소시효 완성 여부와 살인에 대한 공모공동정범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 교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은 공모 공동정범 법리에 따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다수가 범행을 공모한 뒤 이 중 1명만 실제 범행을 저질러도 공모자 역시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 

 

검찰은 1999년 8~9월 ‘불상자’의 지시를 받은 김씨가 유탁파 동료 조직원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씨는 2014년 8월 사망했다. 

 

반면, 김씨는 손씨에게 이 변호사 피살사건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들었을 뿐 자신이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왜곡돼 과장된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모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김씨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에 송환되고 여태까지 걸친 절차를 봤을 때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확증편향 정도가 아니라 나를 살인범으로 확정하고 수사가 이뤄졌다”고 항변했다.

 

그는 “백지상태에서 저의 진실을 밝혀내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 신청 이유에 대해 밝혔다.

 

김씨는 앞서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손씨가 2014년 사망하기 직전 나에게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줘 듣게 됐을 뿐”이라며 "이후 캄보디아로 갔고 거기서 후배 이모씨라는 사람이 방송사에 이 내용을 제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보를 받은 방송사 소속 피디가 먼저 나에게 연락이 왔다”며 “내가 인터뷰를 하면 유족이 제보 내용을 믿을 것이라고 해 응했지만, 방송에 나간 인터뷰 내용 중 왜곡된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인을 범인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다만, 법원은 다르다. 당시 이 변호사가 살해됐다는 것만 알고 있다. 재판부는 확증편향 없이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추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자신은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해 해외에 도피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사건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5일 0시를 기해 만료됐다. 다만, 검찰과 경찰은 김씨가 2014년 3월 출국해 13개월간 마카오 등 해외에 체류한 점을 내세우고 있다. 

 

김씨가 해외에 있던 2015년 7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폐지됐다. 또 피의자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로 출국한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검경이 김씨가 해외에 체류한 13개월을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라고 판단한 것도 공소시효 판단 때문이다. 

 

김씨가 공소시효 만료 전에 다른 범죄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해 해외에 출국하면서 이 변호사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도 정지됐고, 이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폐지된 사건이라는 것이 검찰과 경찰의 입장이다. 

 

반면 김씨는 자신이 해외에 출국한 적은 있지만, 형사처분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는 상황이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해)도망간 적이 없다”라고 항변했다.

 

검찰이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 또 이 변호사 피살사건의 범행동기와 배후 등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까지 김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배후 또는 윗선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다만 김씨가 자신의 주장대로 당시 조폭 두목인 백씨의 범행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범행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백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였다. 백씨도 현재 사망한 상태다.

 

아울러 전 제주도지사 선거 관련이거나 도내 대형 나이트클럽 운영자 배후설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김씨는 현재 이에 대해 함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살인 범행을 공모했는지 뿐 아니라 ‘실제 손씨가 이 변호사를 살해했는지’에 대해서도 입증이 필요하다. 

 

김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1월 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날 국참으로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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