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억원대 배임 의혹이 제기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성남시가 사업 초기부터 줄곧 ‘탁월’ ‘우수’라고 평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주협약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 등이 반영되지 않고 민간 사업자 선정과정도 석연치 않았지만, 성남시는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이 포함된 ‘사업다각화’ 분야에 만점을 줬다. 또 2018년부터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들이 수천억원대 배당금을 받아간 상황에서도 이 사업을 주요 경영성과 중 하나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남시는 매년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상대로 경영성과를 평가하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이 포함된 ‘개발사업 다각화 노력’ 부분은 2015년~2019년 항상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경영 평가는 성남시의 예산법무과장, 경영투자팀장 등의 서면 및 현장조사를 토대로 이뤄졌으며,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도 재직 중 평가대상에 포함됐다.
성남시는 우선 대장동 개발 사업이 본격화한 2015년도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개발사업 다각화 노력에 대해 8점 만점에 8점을 주며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 개발사업 추진 등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한 각종 사업이 적정성을 갖고 있고,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등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다각화 분야는 유 전 본부장 휘하의 전략사업실이 전담했는데, 이 조직에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추천으로 2014년 10월 입사한 정민용 변호사가 전략투자팀장으로 있었다. 전략사업실은 특히 주요성과로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등 업무지원’을 꼽기도 했다.
성남시의 이 같은 평가는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로 지난 3일 검찰에 구속되면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유 전 본부장은 시행사인 화천대유에 과도한 특혜가 돌아가도록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빼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설계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전략사업실이 성과로 꼽은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 역시 대장동 사업의 경우 사업계획서 접수 ‘하루’ 만에 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비상식적으로 진행됐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의 민관합동 개발사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대장동 사례처럼 초고속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대상으로 한 성남시의 평가는 2016년 이후에도 우호적이었다. 성남시는 2016년 사업다각화 분야를 ‘우수’로 평가하면서 주요 경영성과 중 하나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추진을 꼽았다. 또 2017년에는 판교대장 도시개발 사업 사업관리 위탁수수료 수익 36억이 발생한 점과 판교대장 개발이익금 환수를 통한 본시가지 공원조성 등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 유지 노력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성남시 직원들이 수행한 이런 평가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모두 보고됐다.
하지만 화천대유가 2017년 15개 필지 중 5개 필지를 수의 계약하고, 2018년부터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와 관계사 천화동인 1~7호 소유주 등이 4040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가는 등 민간의 과도한 특혜 의혹에 대해 성남시는 어떠한 평가도 내리지 않았다.
성남시는 2018년도 경영평가에서 ‘사업운영에서 공사 출자법인 성남의뜰㈜ 당기순이익이 3813억원 발생함’이라고만 평가했고, 2019년도에서는 대장동 사업 평가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성남시 한 관계자는 “개발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고유의 업무이기 때문에 성남시가 경영 평가를 할 때 주주협약이라든지 구체적인 사안은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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