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건당 평균 50여일 걸려 논란 일어
고용부 “당사자 출석 불응 탓 지연”

2019년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신고가 매해 수천 건에 이르는 등 폭증하고 있으나 사건 한 건당 평균 처리기간이 50여일 걸리는 등 고용당국의 ‘늑장 처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고용노동부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라 사건은 접수일로부터 25일 이내에 처리돼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근로감독관 1인당 월평균 사건 처리 건수도 1~2건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감독관의 수사 역량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에만 업무 경비 등에 100억원 정도를 쓴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고용관서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130건에서 지난해 5823건으로 약 2.7배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 기준 4301건의 신고가 접수되는 증가세가 가파르다. 근로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경우 먼저 사내 신고센터를 이용해야 하지만, 사업장이 영세해 센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사측의 조치가 미흡한 경우 고용당국에 신고하게 된다.
그러나 고용당국의 사건 처리 기간이 늦어지면서 그만큼 신고자들의 고충을 가중시킨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관련법 시행 첫해인 2019년 사건당 평균 32.3일의 처리기간이 소요됐으나 지난해 47.5일로 늘었고, 올해 8월 기준으로는 50.6일이 걸렸다. 근로감독관 한 명이 처리하는 월평균 사건 처리 건수는 같은 기간 1.2건에서 2.2건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당사자들이 정작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조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고용당국의 ‘늑장 처리’ 문제가 고질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8월 공인노무사 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고용부가 진정·고소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하나도 없었다. ‘근로감독관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느냐’는 질문에도 긍정적인 대답은 단 6.7%에 그치는 등 전반적인 사건 처리 부실 문제가 불거지는 형국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한 근로자 중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임이자 의원은 “사건 해결이 지연되면 근로자들의 고통이 심각해지고 제도 도입취지에도 어긋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