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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北 기만적 양면전술에 언제까지 휘둘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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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30 23:17:39 수정 : 2021-09-30 23: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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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남북통신선 복원”… 美 비난
한·미 이간, 대미 협상력 제고 속셈
임기 말 남북 이벤트 기대 접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부터 남북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남북관계 회복 여부는 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해선 “우리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달라진 것이 없고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며 “‘전제조건 없는 대화’는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한·미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쏜 지 하루 만에 남측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가 갑자기 한발 물러서는 건 북한의 기만적인 강온 양면전술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성사에 매달리는 문재인정부를 어르고 달래는 형국이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에는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통남봉미(通南封美)의 갈라치기 전술로 한·미동맹의 틈을 벌리는 동시에 대미·대남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속셈이다. 북한은 2019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우리 정부의 태도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남북통신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가 13개월 만인 지난 7월 통신선을 복원했으나 불과 2주 만에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다시 단절했다. 그러다 김 위원장이 생색을 내듯이 복원 의사를 밝혔는데도 재발 방지를 요구하기는커녕 통일부는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중국이 포함된 ‘4자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이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중국과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정부 임기는 7개월 남았다. 내년 3월 대선을 고려하면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정부가 실현 가능성이 낮은 ‘평화 이벤트’에 목을 매는 건 온당치 않다. 노무현정부도 2007년 10월 대선을 2개월가량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을 밀어붙였으나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논란 등의 후유증만 남겼다. 정부가 지금 할 일은 대북 전략과 정책을 재검토하고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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