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더 이상 미국 두려워하지 않아”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여파로 분석돼

미국과 이란 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은 지난 6월 중단돼 교착 상태에 빠졌다. 국제사회에선 이란이 미국에 트럼프식 최대 압박에 나서면서 비밀리에 핵 보유를 추구하고 있으리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미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이란이 수년 만에 중동에서 우위를 점해 권력 공백을 메우려 한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이란은 자국 핵 시설에 대한 의문의 공격을 비난하지 않은 미국이 사찰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핵 시설 접근을 허가하란 미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란과 2015년 맺은 핵합의로 복귀하길 바라지만 미 고위 관료들은 이란이 협상을 계속하면서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플랜 B에 착수한 것으로 우려한다고 FP는 전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도 지난 27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도 우리의 관용도 분수령을 맞았다. 말로는 원심분리기 작동이 멈추지 않는다”며 이란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중동 베테랑 외교관 데니스 로스는 “이란인들이 더 이상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며 “이란은 미국의 양보를 기대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접근법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이는 일종의 ‘아프가니스탄 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위협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간에서 서둘러 철수하면서 중동에 권력 공백이 생겼고 미국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IAEA와 전문가들은 이란이 그 어느 때보다 핵 보유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이 한 달 안에 핵무기 하나를 만들기에 충분한 핵분열성 물질이나 무기급 우라늄을 손에 넣으리란 전망도 있다. 이란의 핵 보유가 현실화할 경우 중동의 세력 균형엔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 핵 협상에서 궁지에 몰렸다”면서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려면 이란에 채찍은 더 많이, 당근은 더 적게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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