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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그대로, 희망이 없다”… 지친 간호사들, 의료현장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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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8 09:00:00 수정 : 2021-09-18 0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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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 대형병원 3곳서 떠난 간호사 674명
보건의료노조·보건복지부 합의문 도출했지만
정부 연구용역 결과 나오기까지도 2개월
“하루하루 벅찬 상황… 당장 인력 충원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본부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코로나19 병동 간호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해 제대로 간호할 수 없습니다. 매일 소진될 만큼 일해도 마음의 짐은 커져갑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 A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며 환자가 연일 쏟아지는 열악한 현장에 대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공개했다. 그는 “끼니를 챙기고 휴식을 취하는 일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몸과 마음은 회복되지 않았다”며 “인력충원에 대한 희망이 없어 도무지 병원에서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가 이달 초 총파업 직전 합의를 통해 코로나19 중증도별 근무 간호사 배치 기준 마련, 간호사 대비 환자 비율 법제화 등 합의문을 도출했지만 최근 서울에 확진자가 쏟아지며 간호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일일확진자 수는 지난 14일 역대 최다 확진자 수인 808명을 기록한 이후 15일 719명, 16일 746명 등 연일 7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확진자 수 급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간호 인력 확충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와 서울시 등은 간호사 적정 인력기준과 확충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해외출국선별진료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그 사이 어려운 상황을 버티지 못한 간호사들은 하나둘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다. 17일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등 서울 대형병원 3곳을 떠난 간호사는 674명에 달한다.

 

서울의 한 간호사는 “저희에 놓인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며 “이미 간호사들은 너무 많이 기다렸다. 하루하루가 벅찬 상황에 놓여있는데 정부는 간호인력기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때까지 2개월을 기다리라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노조 측은 병원의 임용후보자 등을 당장 의료현장에 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간호인력기준 발표하고 인력을 충원하라”고 오 시장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시위를 벌였다. 노조 측은 “현재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임용후보자만 총 197명”이라며 “이미 채용할 간호 인력은 준비돼 있다. 충원된 인력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확대하는데 배치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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