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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문건’ 보도가 정치공작이라는 尹측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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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5 18:31:43 수정 : 2021-09-15 2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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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의 ‘총장 장모 대응 문건’ 보도가 나가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내에서 “정치 공작”이란 반응이 나왔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이 문건에는 윤 후보의 장모인 최모씨가 연루된 사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일부 내용은 검찰 관계자가 검찰 내부망을 조회하지 않고는 파악할 수 없는 사실들이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최씨를 ‘피해자’로 기재하고 최씨와 법적 다툼을 벌이던 인사들의 범죄 목록을 나열했다. 누가 봐도 현직 검찰총장의 장모를 변호하기 위해 만든 문건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시 검찰은 부동산 사기 사건으로 고발된 최씨를 조사 중이었는데 윤 총장의 직접 관할 기관인 대검이 그런 문건을 만든 행위는 적절치 못했다. 당시는 윤 총장이 스스로 본인과 본인 주변 인사에 대한 수사는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던 시점이었다.

 

민간인인 최씨의 개인 송사에 대해 대검이 왜 문건을 만들어가며 대응을 했는가. 윤 후보 측은 “윤 후보가 총장 시절 해당 문건을 보고받은 사실도 없고, 작성 경위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검찰총장을 위해 대검 참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인가.

김청윤 사회부 기자

본지 보도는 이런 상식적 차원의 문제 제기였다. 윤 후보가 대선에 뛰어들지 않았다고 해도 해당 문건의 생산 주체와 생산 이유, 윤 총장의 지시 여부 등은 검증돼야 할 사안이다. 더욱이 윤 후보가 야권 내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 대선 주자가 된 마당에서는 검증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장차 최고 국정책임자가 될 대선 후보라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히 답변할 의무가 있다. 검증의 무대에선 여도 없고 야도 없다. 진보도 없고 보수도 없다. 대선 후보는 오직 국민 앞에서 겸손한 자세로 성실히 소명해야 할 무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윤 후보 측에선 다짜고짜 “국민의힘 대선후보 1차 컷오프를 앞둔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정치공작이라면 특정 정파의 사주를 받아서 보도를 했다는 의미일 텐데 그 어떤 정파와도 무관하게 팩트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보도한 기자 입장에선 무슨 소리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떤 의혹이든 ‘공작’으로 몰아붙이는 정치권의 구태를 보는 듯해서 씁쓸하다. 그런 대응은 실체적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먼 것이고 정치 혐오만을 부추기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정부의 청와대는 본지가 보도한 ‘정윤회 문건 사건’을 ‘문건유출 사건’으로 몰아갔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그때 겸손한 자세로 그 문건에 담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고 ‘국정 농단’의 암세포를 도려냈다면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일은 미연에 방지했을지도 모른다. ‘정치 공작’이라고 말한 윤 후보 측의 인사는 이 점을 숙고해보고 무엇이 윤 후보를 위하는 길인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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