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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는커녕 청첩장도 못 돌려”… 뿔난 예비부부들, 웨딩카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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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6 06:00:00 수정 : 2021-09-16 08: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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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방송공사 앞서 ‘웨딩카 주차 시위’
결혼식장 방역지침 개선 요구
15일 서울 여의도공원 공영주차장에서 전국신혼부부연합회 회원들이 정부의 결혼식 방역 지침 개선을 요구하며 웨딩카 주차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이라고 생각했는데… 축하는 커녕 청첩장도 제대로 못 돌리고 있습니다.”

 

예비 신부 이모(29)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결혼식까지 한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하객을 몇명 부를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 지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이어서 하객이 49명으로 제한된 상태다. 그러나 10월 4일부터는 거리두기 단계가 변경될 수도 있다. 결국 이씨는 청첩장을 돌리기도, 돌리지 않기도 애매한 상황이 됐다.

 

이씨는 올해 가을 쯤이면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지난해 미리 300명의 하객이 들어갈 수 있는 식장을 예약했다. 예식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원이 제한되더라도 계약서대로 300인의 식사비용 1800만원을 결제해야한다고 통보한 상태다. 예식장을 취소하려면 10%의 위약금을 물어야한다. 이씨는 “결혼이 얼마 안남았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게 제일 답답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예식장 인원 제한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예비부부들이 차량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결혼식장 방역지침을 개선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예비·신혼부부로 구성된 전국신혼부부연합회(연합회)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영등포구 한국방송공사 앞 공영주차장에서 리본·풍선을 매단 차량 22대로 ‘웨딩카주차시위’를 열었다. 연합회는 미리 일렬로 주차된 차량에 ‘못 참겠다! 결혼 좀 하자!’, ‘신혼부부 3000명 피해액 약 600억원’ 등 결혼식장 방역지침 개선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매달았다. 

15일 서울 여의도공원 공영주차장에서 전국신혼부부연합회 회원들이 정부의 결혼식 방역 지침 개선을 요구하며 웨딩카 주차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웨딩드레스 형태의 원피스를 입고 1인 시위에 참여한 이들도 있었다. 지난달 결혼식을 했다는 김지혜(32)씨는 “일반 호텔 뷔페도 테이블 당 인원만 제한하고 계속 영업을 하는데 왜 결혼식장 식당만 49인으로 묶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예비부부들은 형평성에 맞지 않은 방역지침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 당국은 수도권 지역에서 다음달 3일까지 현행 거리두기 4단계를 연장하면서 결혼식장에서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99명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미 식대를 계약한 경우가 많아 이같은 지침도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많은 예비부부들이 49명만 하객을 받으면서도 200∼300명의 식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객 수 제한 지침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된 거라 어쩔 수 없다”며 계약한 식대를 전부 받는 결혼식장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 측은 정부가 결혼식장의 면적이나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인원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또 하객이 없어도 200∼300명분의 식대는 그대로 지불해야 하는 ‘최소 보증 인원’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예비부부들이 끊임없이 희생을 강요당했다”며 “정부가 결혼식장 지침을 개선하려고 노력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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