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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핵 버튼 누를까봐 긴장했던 美 합참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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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5 17:00:00 수정 : 2021-09-15 16: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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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연합참모부 참모장에게 두 차례 전화
"美정부 안정적…中 공격 않을 것"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할리우드에서 열린 권투 경기에 해설자로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할리우드=AP뉴시스

미군 수뇌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무기 발사나 중국 공격 지시 등을 우려해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현지시간) 자사의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가 동료 로버트 코스타와 함께 쓴 ‘위험’(Peril)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위험’은 우드워드가 ‘공포’, ‘격노’에 이어 트럼프에 관해 쓴 세 번째 책이다. 200명 이상 인터뷰, 6000쪽이 넘는 녹취록과 회의록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대선 전후 기간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 중 하나였다”고 주장한다. 우드워드가 ‘격노’를 쓰기 전 트럼프 전 대통령과 18차례 인터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 측에서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책 요약본에 따르면 마크 밀리 합참 의장은 두 차례 리쭤청 중국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참모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당신(중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첫 번째 통화는 대선 나흘 전인 지난해 10월30일 이뤄졌다. 남중국해의 미 군사훈련,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 언사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믿고 있음을 시사하는 정보가 밀리 의장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밀리 의장은 리 참모장에게 “우리는 어떠한 동적인 군사작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미국이 공격할 경우 미리 알려주겠다고까지 했다.

 

밀리 의장은 ‘미 의사당 난입 사태’ 이틀 뒤인 올해 1월8일 다시 리 참모장과 비밀 통화를 갖고 “우리는 100% 안정적이다. 다만 민주주의는 때때로 엉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은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밀리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군사적 적대행위를 시작하거나 핵 공격을 지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고 물은 날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 후 정신적 쇠퇴를 겪는다고 여겼던 밀리 의장은 ‘그는 미쳤어요’라는 펠로시 의장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밀리 의장 나름의 대비책도 강구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에 군사훈련 연기를 권했고, 고위 장성들을 불러모아 핵무기 발사 절차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는 참석자들과 눈을 마주치며 “(핵 공격은) 대통령만이 지시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당시 밀리 의장의 모습이 1974년 탄핵 위기에 몰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명령을 내릴 때에 대비해 “반드시 나와 합참의장에게 확인하라”고 지시했던 제임스 슐레진저 전 국방장관과 닮았다고 적었다.

 

책의 내용이 공개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수 성향 매체 뉴스맥스에 나와 “나는 중국을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서 밀리 의장에게 ‘반역자’ 딱지를 붙였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밀리 의장 해임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루비오 의원은 밀리 의장이 “중국 공산당에 기밀을 유출하는 반역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워싱턴=AFP뉴스1

밀리 의장은 과거 몇 가지 경험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쟁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밀리 의장은 트럼프가 지난해 6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뒤 세인트존스 교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할 때 들러리 역할을 하면서 “미국 시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지 않을 것이며, 해외에서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시나리오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논의에서 선제공격 방안을 배제하지 말라고 했으며, 가끔 이란과 전쟁을 벌일 경우 전망에 대한 호기심까지 드러냈다. 지나 해스펠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해 11월 회의 후 너무 놀라 밀리 의장에게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군요”라고 말했다고 저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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