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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세훈 'ATM 비판' 이유 있었나… 市 위원회 청년단체 '셀프수주' 의혹

입력 : 2021-09-14 18:11:42 수정 : 2021-09-14 22: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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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 정책 위원회 점검

청년허브·청년자치정부委 위원
본인 단체에 3700만원 연구용역
다른 위원들도 3000만원대 따내

사업 가능 단체들 적어 원인 지적
전문가 “이해충돌 방지조항 시급”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청년정책 자문·심의를 담당한 위원회에 시민단체 소속 인사들이 연구 용역 발주 및 수혜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년간 1조원 규모의 민간 위탁·보조사업을 ‘시민단체 전용 현금인출기(ATM)’라고 맹비난한 것은 이런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청년 정책 관련 신설 자문 조직은 청년공간지원추진단과 청년허브운영위원회, 청년자치정부 추진위원회 3곳이다. 이들 추진단·위원회는 청년활력공간과 사업 지원, 네트워크 등을 담당했다. 각각의 영역에서 청년정책을 자문하고 운영계획, 추진실적 점검 등을 맡았다.

 

하지만 일부 청년단체 인사가 추진단·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이른바 ‘셀프 수주’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시 청년 관련 위원회 소속 현황’에 따르면 비영리단체인 ‘좀놀아본언니들’의 A 대표는 2017년 청년허브 운영위원회, 청년자치정부 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A 대표는 자신이 운영위원회를 맡은 직후 청년허브로부터 700만원 상당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데 이어 지난해 청년센터에서 워크북 제작(2800만원), 무중력지대(청년 공간 지원사업) 멤버십 프로그램 운영(220만원) 등 청년 관련 사업을 통해 총 3700만원의 연구용역을 따냈다.

 

청년단체 ‘청년아지트 강동팟’의 B 대표 역시 청년자치추진위와 공간지원추진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단체는 2019년 청년활동지원센터를 통해 청년지원모델을 운영하는 3000만원 상당의 연구용역을 따냈다. 청년단체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의 발기인인 C씨도 청년자치추진위 소속이다. 이 단체는 2018년 청년허브, 2020년 청년정책평가 등의 연구용역으로 서울시로부터 3130만원을 받았다.

문제는 지난 5년간 서울시 주요 청년정책 관련 사업 수혜자 상당수가 박 전 시장과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전효관 전 청와대 문화비서관이 서울시 청년허브 센터장(2013~2014년), 서울혁신기획관(2014~2018년)으로 재직할 당시 청년 관련 연구용역의 88건 중 23건(26%)이 박 전 시장의 정책 자문을 맡거나 연관된 단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수당 등 박 전 시장의 주요 청년 정책 발굴을 맡았던 ‘청년유니온’은 전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로부터 6건의 연구를 위탁받았다. 박 전 시장이 만든 ‘희망제작소’ 출신들이 모인 ‘사회혁신공간 데어’는 4건의 연구용역을 수행했고 박 전 시장에게 청년 주거문제를 제언한 ‘민달팽이 유니온’은 3건의 연구를 진행했다.

 

서울시는 민간 위탁·보조사업 선정 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적격성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청년단체 출신이나 시 관련 인사들로 구성돼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활동지원센터 심의위 참여 위원 4명 중 1명은 청년유니온 관계자였고 다른 1명은 서울시 생활임금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석한 이력이 있다.

 

청년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민간 청년단체가 많지 않은 것이 셀프수주 논란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민간위탁 수주 과정에서 제척 조항이나 심사위원을 꾸리는 과정에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조항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연구를 수행할 청년단체가 많지 않은 상황도 이 같은 논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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