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좌파연합 전체 169석중 과반
북유럽 5國 모두 중도좌파정부로
서유럽 최대 산유국으로 부 일궈
각국 탈화석연료 시동 위기감 커
정당간 의견 일치 안돼 선택 주목
국민 35% “석유 생산 중단 원해”

노르웨이 총선에서 중도좌파 연합이 승리를 거뒀다. 서유럽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석유 산업과 작별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그러나 정당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노르웨이의 미래에 어떤 선택이 내려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14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선거관리국에 따르면 12일부터 이틀간 치러진 총선에서 노동당(48석)과 중앙당(26석), 사회좌파당(13석)으로 이뤄진 중도좌파 연합이 전체 의석(169석)의 과반을 차지했다. 현 집권당인 보수당은 9석 줄어든 3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 밖에 진보당 21석, 적색당과 자유당 각 8석, 녹색당과 기독민주당이 각 3석 등을 확보했다. 이로써 북유럽 5개국이 모두 중도좌파 정부를 갖게 됐다.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은 석유 산업의 향방이었다. 노르웨이는 1960년대 말 유전이 발견되면서 석유와 더불어 부를 일궜다. 노르웨이는 유럽 최대 석유 생산국인 동시에 세계 3위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4%, 수출의 41%, 일자리의 6∼7%가 석유 산업에서 나온다. 노르웨이가 12조 크로네(약 1600조원)의 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갖게 된 것도 오일머니 덕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탈(脫)화석연료’에 시동을 걸면서 노르웨이도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이 번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노르웨이 정부의 기후 정책을 보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읽힌다. 미국이나 영국 또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보다 훨씬 이른 203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노르웨이 석유자원관리국(NPD)은 올 초 일일 석유 생산량을 지난해 170만 배럴에서 2025년에 20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도 2050년까지 시추 중단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가 발표되고 폭염이 지속되면서 기후 대응에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올레 야코브 센딩 노르웨이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 반∼2년 동안 노르웨이의 앞날에 대한 논의가 계속 있어왔지만, 6차 보고서는 기후변화를 총선의 중심으로 끌어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노르웨이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불분명하다.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동당 대표는 석유 시대가 곧 끝날 것이란 전망을 인정하면서도 석유 탐사 중단 대신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노동당과 연정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 중앙당과 사회좌파당은 의견이 완전히 엇갈린다. 중앙당은 석유 산업을 지지하는 편인데 비해 사회좌파당은 환경 정책에 있어 녹색당만큼 급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르웨이 국민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35%가 석유 생산 중단을 원한다고 답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노르웨이가 전기 자동차에 대한 사랑과 석유 경제를 떼어 놓아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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