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강남 한복판서 훼손된 고양이 사체… 인근 벽엔 ‘고양이 토막’ 문구

입력 : 2021-09-14 16:00:00 수정 : 2021-09-14 15:34: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일 역삼동 상가 주차장서 발견…경찰, CCTV 확보·수사중
길고양이 학대 사건 늘어나…온라인으로 전시하기도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새끼고양이 사체가 훼손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현장 인근에서 ‘고양이 토막‘이라고 쓰인 바닥 타일이 발견됐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홈페이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새끼고양이 사체가 훼손된 채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3월에도 인근 지역에서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발생한 바 있어 동물단체와 경찰은 혐오 범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4일 동물보호단체 카라에 따르면 지난 2일 한 시민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상가 주차장에서 훼손된 새끼고양이 사체를 발견해 신고했다. 죽은 고양이는 머리와 다리 등이 분리된 상태였다. 함께 발견된 다른 새끼고양이는 특별한 외상이 없었다.

 

카라는 혐오에 의한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야생동물의 소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수리부엉이와 참매 등의 야생동물은 새끼고양이를 사냥 대상으로 노리는 경우가 있지만, 주변에 혈흔이나 털 등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훼손된 사체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는 점이나 사건 장소 주변 환경의 지리적 특성으로 볼 때 누군가 고의로 사체를 훼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카라 측 설명이다.

 

인근에서 발견된 문구도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 사체 발견 현장에서 약 1.3㎞ 떨어진 곳의 바닥 타일에 누군가가 ‘고양이 토막’이라는 문구를 써놓고 간 것이 뒤늦게 발견됐다. 카라 측은 이 글씨가 지난 5~6일 사이에 쓰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선 지난 3월에도 길고양이 학대로 의심되는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한 고양이가 눈 부위를 심하게 다친 상태로 발견됐다. 길고양이 밥자리가 있던 곳의 옆 건물 담장엔 ‘고양이 죽어’, ‘칼로 찔러’ 등의 문구가 남겨져 있었다. 관계자들이 떠난 직후 현장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당신들이 찾는 고양이는 죽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수서경찰서는 고양이 사체 훼손 사건을 접수하고, CCTV를 확보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카라는 법률 검토를 마치는 대로 정식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길고양이 학대 사건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학대 행위를 버젓이 ‘전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올해 1월 ‘동물판 n번방’으로 불리며 논란이 된 ‘고어전문방’이 대표적이다. 미성년자를 포함해 약 80여명이 익명 카카오톡 채팅방에 참여,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신체를 절단하는 방법과 학대 영상 등을 공유했다.

 

검찰은 지난 6월 해당 채팅방 운영자인 조모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조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 7월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7월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고양이 학대 사진을 공유하는 이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고양이를 ‘장난감’, ‘X냥이’라고 부르며 수많은 학대 및 고문 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며 재미있다면서 웃고 있다”며 “수많은 고문을 인증하고 자세히 후기를 남기고 학대에 대한 점수를 표시한다”고 분노했다. 해당 청원에 동의한 이들은 25만명이 넘는다.

 

이에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청원에 고발된 갤러리는 현재 폐쇄됐다. 학대물 게시자 등에 대해서는 시·도경찰청에서 수사 중에 있다”며 “동물을 죽이는 등 학대하고, 학대 행위 사진과 영상을 게시한 혐의 등에 엄정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카라는 “해당 사건을 마포경찰서에 고발 접수했으나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이미 수사는 중단된 상태임을 확인했다”며 “청와대의 답변이 해당 사건의 실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