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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기술 존중하는 분위기 조성 중요” [대기업 기술탈취, 고달픈 중기]

입력 : 2021-09-14 06:00:00 수정 : 2021-09-13 18: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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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견
기업간 협력 활발할수록 분쟁 빈번
‘기술 소유권’ 모호해질 가능성 높아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분쟁은 해당 기술 개발과 관련한 인식 차이에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또 그 해결 방안으로는 중소기업의 피땀어린 노력이 깃든 기술을 대기업이 존중하는 동시에 ‘탈취’가 아닌 ‘상생’ 의지를 선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기술 탈취 관련 중소기업 구제 방안이 담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대한 사법기관과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실행의지가 담보돼야 한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술 탈취 분쟁 원인을 기업 간 협력 관계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13일 통화에서 “역설적으로 기업 간 협력이 활발할수록 기술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서로의 기술을 인지하고 활용하는 단계에서 탈취 가능성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중소기업의 협력 관계가 길어지면 ‘기술의 소유권’이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며 “이 상황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한 대기업이 ‘착각’하게 되면 분쟁이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기술자료 보호를 위한 비밀유지계약(NDA) 체결 문화 부재를 기술 탈취 원인으로 지목했다. 손 원장은 “일부 대기업이 외국 기업과 기술 관련 업무를 진행할 경우엔 NDA를 맺지만, 유독 국내 기업과의 협의에서는 계약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내년 2월 시행을 앞둔 상생협력법에 NDA 체결 의무화가 이뤄진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손 원장은 “기업 규모를 떠나 독자 기술 개발은 시간과 비용이 응축된 만큼 상대방의 기술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며 “일방적인 관행을 없애고 기술 인식에 대한 가치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생협력법의 효력을 높이기 위한 후속 대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재단법인 ‘경청’의 박희경 변호사는 “NDA 체결의무 조기 정착을 위해 표준계약서 등 추가 지원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개정안에 담긴 손해배상액 기준 마련·징벌적 손배제도에 대해서는 “피해기업의 손해를 회복하는 것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규정을 적극 활용하려는 사법기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기업 대상 입법 홍보와 교육을 병행, 피해기업이 권리구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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