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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응원에도… 메드베데프 투혼, 조코비치 울렸다

입력 : 2021-09-13 20:29:50 수정 : 2021-09-13 21: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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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테니스 남자 결승전

3대 0… 캘린더 그랜드슬램 저지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올라서
차세대 판도의 중심 자리매김
노바크 조코비치가 13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2021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패해 ‘캘린더 그랜드슬램’이 무산된 뒤 관중들의 응원에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13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2021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750만달러·약 673억원) 남자 단식 결승전. 경기가 예상 밖의 흐름 속에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우세를 예상했던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3·세르비아)가 다닐 메드베데프(25·러시아·2위)에게 첫 두 세트를 내준 뒤 세 번째 세트도 2-5로 뒤지고 있던 것. 조코비치는 올 시즌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연이어 제패해 이 경기만 승리하면 한 해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1969년 로드 레이버 이후 52년 만에 달성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통산 21회로 남자 단식 메이저 역대 최다 우승 기록도 세울 기회였다. 이런 역사적 장면을 보기 위해 경기장에는 관중들이 꽉 들어찼다.

그러나 정작 조코비치가 패배를 눈앞에 두자 관중석에서 ‘노바크’를 연호하는 함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일방적 응원에 승리를 눈앞에 둔 메드베데프가 실책을 연이어 범해 경기를 끝낼 기회를 놓쳤다. 이후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벤치로 돌아온 조코비치가 수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한 것. ‘무결점의 사나이’로 불리며 세계 테니스를 이끌었던 슈퍼스타조차도 대기록의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후 조코비치는 부담감을 털어버린 듯 눈에 띄게 편안해진 모습으로 다시 코트에 나섰지만, 벌어진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메드베데프가 조코비치를 3-0(6-4 6-4 6-4)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메드베데프는 알렉산데르 츠베레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등과 함께 남자테니스의 ‘차세대 빅3’로 꼽혀왔고, 세계랭킹도 2위까지 끌어올렸지만 그동안 원조 ‘빅3’에 밀려 단 한 번도 메이저 정상에 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조코비치의 대기록을 마지막에 저지하며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서게 돼 차세대 남자테니스 판도의 중심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다닐 메드베데프가 13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2021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조코비치는 이날 결승을 앞두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총력전을 예고했으나 1세트 자신의 첫 서브 게임부터 브레이크를 허용한 뒤 한 번의 브레이크 포인트도 잡지 못하고 4-6으로 첫 세트를 내줬다. 이번 대회에서 수차례 1세트를 내주고 역전승을 만들어낸 터라 이후 경기 양상에 더 관심이 갔지만, 2세트도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여러 번 놓치며 내줬다. 여기에 3세트는 메드베데프에게 0-4까지 밀리는 등 일방적으로 기세를 내준 끝에 무너졌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라켓을 코트 바닥에 여러 차례 내리치며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기도 했던 조코비치는 관중들의 성원 속에 눈물을 흘린 이후에는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상식에서 준우승 트로피를 받아들고는 승자에게 “지금 메이저대회를 우승할 자격이 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건 바로 메드베데프”라고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어 “팬 여러분의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슬프고,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이 대회를 준비하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대회가 끝나 후련한 마음”이라면서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여러분의 응원 덕에 제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고 코트에서 매우 특별한 감정을 느낀 행복한 사람”이라며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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