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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양가상한제 개선 만지작, 규제완화 없인 백약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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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2 23:27:05 수정 : 2021-09-12 23: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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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분양가상한제 개선에 나섰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최근 “제도 본연의 취지는 지키면서, 안정적이고 신속한 주택공급의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경기 광명 등 일부 지역에만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더한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70∼80%로 억제해 실수요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제도다. 분양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는 걸 억제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건설사를 옥죄는 과도한 규제가 공급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먹구구식 분양가 산정방식도 논란이다. 택지비가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 기준인 데다 고급 마감재 비용 등이 분양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지자체가 정한 2개 기관이 감정평가하고 한국부동산원이 최종 검토하는 택지비 책정 방식이나, 지자체 소속 분양가심사위원회가 판단하는 가산비 등도 보완해야 한다. 분양가를 내리는 데만 급급해 과도하게 지자체의 입김이 반영되는 측면이 크다.

분양가상한제 개편은 문재인정부에겐 ‘양날의 칼’이다. 파급력이 큰 분양가상한제 개편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지 모른다. 공급 확대라는 방향은 맞지만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무주택자와 주거취약층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기조와 맞지 않는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 상황이 다급하다는 반증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혼란이 가중될까 걱정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문제는 고치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분양가상한제를 손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건 분명하다. 26차례 대책에도 ‘미친 집값’을 잡지 못한 건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다는 얘기다. 임대차3법 등 규제로 시장이 얼어붙자 ‘재건축 실거주 2년 조항’을 1년 만에 폐기하는 등 땜질대책으로 일관해 왔다. 반시장적 규제 완화가 급선무다. 집값 폭등이 가져온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만큼 양도소득세 등을 한시적이나마 낮춰 시장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동산 포럼에서 “실질적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새겨들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등과 얽혀 있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대폭 풀어야 한다. 공공주도 개발의 망상에서 벗어나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고선 어떤 정책이든 백약이 무효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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