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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부시 연설 훌륭"… 모처럼 하나 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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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2 15:00:00 수정 : 2021-09-12 14: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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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철군에 대해선 “내 할 일 했을 뿐” 단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펜실베니이나주의 섕크스빌에 있는 9·11 테러 추모관으로 이동하던 중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섕크스빌=AFP연합뉴스

9·11 테러 20주기를 맞아 미국이 모처럼 당파를 초월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너무 성급하게 철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후회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州) 섕크스빌의 의용소방대를 찾았다. 섕크스빌은 9·11 때 유나이티드항공  UA93편이 추락한 곳이다. 당시 알카에다 테러범들은 이 항공기를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 충돌시키려 했지만 이를 저지하려는 승객들이 사투를 벌인 끝에 방향을 돌려 섕크스빌의 들판에 추락했다.

 

이후 섕크스빌은 비행기와의 충돌로 완전히 무너져 내린 뉴욕 옛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들어선 ‘그라운드 제로’, 비행기와의 충돌로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렸지만 이후 완벽하게 복원한 워싱턴 인근 국방부 청사 펜타곤과 더불어 9·11를 추모하는 3대 성지로 자리잡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섕크스빌을 방문하기 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먼저 섕크스빌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부시 대통령이 오늘 정말 좋은 연설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민주당 소속인 현직 대통령과 공화당의 원로인 전직 대통령이 모처럼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의 분열상을 비판하며 단합을 강조했다. 9·11 당시 대통령이던 그는 “테러 이후 나는 놀랍고 회복력이 있으며 단합된 국민을 이끌어 자랑스러웠다”며 “미국의 단합에 관해서라면 그 시절은 지금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운을 뗐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11(일) 펜실베니이나주의 섕크스빌에서 열린 9·11 테러 추모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섕크스빌=AP연합뉴스

이어 “일상에서 의견 불일치는 언쟁으로, 언쟁은 충돌로 변하고 있고 정치는 분노와 공포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며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파 싸움이 극심해지고 또 양측 지지자들 간 분열과 갈등의 골도 더욱 깊어졌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미국이 시험대에 선 비탄의 날에 수백만 국민이 본능적으로 이웃과 손을 잡고 함께 대의를 향해 나아갔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고 우리는 다시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말로 미국인들에게 단합을 호소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을 높게 평가한 바이든 대통령은 독재자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나 재집권을 꿈꾸는 트럼프도 비판 대상에 포함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세기에는 민주주의가 기능할 수 없다고 진정으로 믿는 독재자들이 많이 있다”며 “그들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이 너무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민주주의 처한 위기, 그리고 독재자들의 득세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에 대한 솔직한 입장도 내놓았다. 의용소방대에서 열린 행사 도중 한 참가자가 “오늘은 아프간에서 더 이상 전쟁이 없는 첫 번째 9·11 기념일”이라며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을 통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받은 각종 정보보고와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미국인의 70%가 아프간에서 탈출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다만 일부는 우리가 아프간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어떻게 빠져나가는 것이 최선인지 남한테 설명하는 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쨌든 저는 제 일을 할 것”이란 말을 끝으로 섕크스빌을 떠났다. 누가 뭐라고 하든 아프간 철군에 관해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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