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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붕괴 위기' 레바논, 13개월만에 정부 구성…난제 산적

입력 : 2021-09-11 17:10:10 수정 : 2021-09-11 1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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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리에 수니파 재벌 출신 미카티, 눈물 흘리며 '정파 단합' 호소

베이루트 폭발 참사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위기가 깊어지면서 국가 붕괴 위기에 놓인 지중해 연안 중동국가 레바논이 13개월 만에 새 정부를 구성했다.

주요 정파 지도자들의 합의로 경제위기를 가중했던 국정 공백이 일단락됐다. 하지만정파간 권력분점과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태가 지속되는 한 새 정부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기 위해 필요한 개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은 우세하다.

11일(현지시간) 레바논 국영 뉴스통신 NNA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니파 무슬림 출신의 나지브 미카티 총리 지명자는 전날 마론파 기독교도인 미셸 아운 대통령, 시아파 무슬림인 나비 베리 국회의장과 새로운 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의 책임을 지고 하산 디아브 전 총리 내각이 일괄 사퇴한 이후 13개월간 이어진 장기 국정 공백은 주요 정파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의 합의로 일단락됐다.

재벌 출신의 미카티 총리 지명자는 TV를 통해 중계된 연설에서 눈물을 흘리며 분열된 정치권이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상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모든 아랍국 지도자들과 소통하면서 레바논의 붕괴를 막아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바논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 후 고질적 경제난에 허덕였다.

내전 이후엔 각 종파 간 권력분점 형태로 정부가 구성된다. 대통령은 기독교 마론파,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다.

이런 레바논 구성은 국민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무능과 부패라는 한계를 지속적으로 표출했다.

2018년 국제사회는 레바논에 110억 달러(약 12조9천억 원)를 개혁 조건부로 지원하기로 했으나, 개혁 과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19년 본격화한 경제난은 베이루트 폭발 참사 및 코로나19 대유행 여파, 장기 국정 공백의 파도를 만나 사상 최악의 위기로 악화했다.

특히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가 90% 이상 폭락하고 외화 보유액이 바닥나면서 연료와 의약품 등 생활필수품 수입은 어려워졌다.

수도 베이루트에 하루 22시간 이상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약국과 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전체 국민 중 빈곤층 비율은 75%까지 늘어났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레바논의 상황을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불황으로 진단했다.

지난 7월 베이루트 참사 이후 3번째 총리 지명자가 된 미카티는 아랍권 국가들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수의 아랍국가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이슬람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이유로 레바논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 출범하는 새 내각의 장관 24명은 유명 정치인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주류다.

하지만 정파 간 이해가 중심이 된 레바논 정계가 바뀌지 않는 한 개혁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IMF와 레바논 재무부 고문으로 일해온 이코노미스트 투픽 가스파드는 로이터 통신에 "IMF 또는 아랍국가의 원조 조달 성공 측면에서 보자면 미카티 정부의 가능성은 50% 정도"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우디 등 아랍국가의 원조를 끌어내려면 헤즈볼라의 영향력에 맞서야 하며, IMF 구제금융은 과거 정부가 실패한 정치 개혁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아주 미묘한 정치적 게임이며 쉽지 않은 길"이라고 덧붙였다.

베이루트에 사는 18세 학생인 로니는 "이 정부에 대해서도 나라 전체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 않다. 기회가 된다면 그냥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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