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잇는 논란의 천연가스관 ‘노르트 스트림 2’가 10일(현지시간) 완공됐다. 서유럽에 보내는 러시아 천연가스량이 2배 증가하게 되면서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이 안보·경제적 우려를 제기했던 이 가스관이 실제 언제 가동될지 관심이 쏠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오늘 오전 8시45분(모스크바 시간) 노르트 스트림 2 건설이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흑해 해저를 통해 터키로 이어지는 ‘터크스트림’에 이어 노르트 스트림 2까지 완공함으로써 유럽 지역으로 보내는 에너지 수출 역량 증대 계획을 완성하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서부에서 독일 북부까지 1200㎞ 길이의 해저 가스관 2개를 건설하는 노르트 스트림 2 사업은 5년 전부터 추진됐다. 가스관이 가동되면 서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양이 기존 ‘노르트 스트림 1’(연 550억㎥)을 포함해 연간 1100억㎥로 2배 증가한다.
이에 따라 반대론자들은 이미 유럽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러시아에 안보 무기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러시아가 2006년과 2009년 우크라이나로 가는 천연가스관을 잠그면서 당시 프랑스·이탈리아까지 공장 가동 중단 등의 피해를 봤었다.
새 가스관에 대해서는 특히 우크라이나의 우려가 크다. 자국을 경유하는 기존 가스관이 폐쇄될 경우 연간 20억∼30억달러의 통과 수수료 손실을 볼 뿐 아니라 가스관 경유국으로서 유럽과 러시아에 대해 갖고 있던 지렛대도 잃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맺은 5년짜리 가스 수송 계약은 2024년 이후 만료되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 수송을 계속하려면 우크라이나가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미국 역시 유럽 에너지 안보 우려와 함께 셰일가스 수출길이 막힐 것이라는 점에서 이 사업에 반대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2019년 제재 압박을 하면서 스위스 업체가 공사 구간 120㎞를 남기고 사업을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러시아는 1년가량이 지난 지난해 12월부터 자체 선박을 투입해 공사를 이어갔다.

올해 초 새로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 사업에 반대했으나, 지난 7월 독일과의 관계를 고려해 일단 가스관 완공을 용인하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러시아가 가스관을 무기화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노르트 스트림 2를 통해 실제 천연가스가 흐르게 될 시점을 놓고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노르트 스트림 2의 첫 번째 라인은 다음 달 1일부터, 나머지 라인은 12월1일부터 가동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노르웨이 분석업체 리스타드 에너지 측은 “새 가스관을 통해 실제 가스가 흐르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시장에서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어떠한 상업적 인도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이에 대해 “가스관이 가능한 한 빨리 인증받는 것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가스관이 개통되려면 대개 수개월이 걸리는 기술 테스트와 인증을 거쳐야 한다고 보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 시점과 관련해 “우리는 남은 절차가 언제 완료돼 공급이 언제 시작될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고 가스프롬도 이에 관한 언급을 거절했다고 FT는 덧붙였다.
다만 가스프롬의 밀레르 사장은 최근 “올해 연말까지, 그리고 난방 시즌 동안에는” 새 가스관을 통한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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